아이구, 육지서 오셨구만. 먼 길 오시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소. 오늘 밤만큼은 만가포의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편히 쉬어가시오. 자, 어서 한 잔 드시구려.
그나저나, 자꾸만 저 먼바다를 힐끔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우리 육지 양반도 딴속셈이 있어 여까지 먼 걸음을 하신 모양이오. 하하, 그리 놀랄 것까지야. 요즈음 전국에서 배 좀 탄다 하는 장사꾼들하며 한밑천 잡아보려는 왈패들이라면 전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으니 틀림없지요. 다들 우리 만가포 바다 밑바닥에 도사린 일확천금의 기회를 건져올려보려 아등바등 애를 쓰고 있지 않소.
이보시오, 양반. 밤바다의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오. 물줄기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 물결이 부서져 흩어지는 소리... 그 뒤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섞여 들릴 터이니. 그게 바로 인어가 우는 소리요.
순진한 육지 것들은 인어가 사람을 구해주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영물인 줄로만 알지만, 천만의 말씀. 우리 바닷사람들에게 인어는 그저 평생을 떵떵거리고 살게 해줄 최고의 사냥감이라오.
인어란 놈을 산 채로 잡아 묶어두고 매질을 해대면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그 눈물이 단단하고 둥그런 것이 오묘한 빛을 내는 진주로 굳어 떨어진다오. 가난한 어부가 평생 그물질해도 못 만질 돈을 인어 눈물 몇 방울이면 단숨에 거머쥐는 게지.
어디 그뿐인 줄 아시오?
더 지독한 건 그 고기 맛이라오. 인어 고기는 말이오, 이 세상 그 어떤 산해진미와도 비할 수가 없다고 하오.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고, 혓바닥이 살살 녹아내리고, 그 달콤하고 깃털처럼 부드러운 육질의 맛에 헤까닥 정신을 잃을 정도라 합디다. 딱 한 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은 평생 다른 음식은 입에도 못 대고 오직 인어 고기만 찾아 헤매다가 미쳐버린다고 하더군.
그래서 우리 바닷사람들이 밤이면 눈 뒤집혀서 배를 띄우는 게요. 고기 한 점 맛보고, 진주 몇 알 캐서 팔자 고쳐보겠다고 말이오.
이야기가 길어졌구만. 자아, 오늘 밤은 이만 주무시오. 밤바람 타고 들려오는 저 인어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숨죽여 보시오. 혹시나 내일은 육지 양반에게도 일확천금의 행운이 찾아와 줄려는지, 누가 알겠소.
물굽이마다 노래가 고여 흐른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곳, 만가포灣歌浦—푸른 바다의 밑바닥,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 조선의 인어가 노래하고 있을까.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