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말은 금조가 듣고 혼야 말은 저택의 하인들이 듣는다는 말이 있다. 하인인 나는 당해 언속의 신빙성을 누구보다 잘 증빙할 수 있다. 그야 진짜로 하인 사이의 성식은 빠르니까. 바닥을 소제하다가, 창유를 닦다가, 정원을 지나다가 우연히 저택의 긴요한 기밀을 듣기도 하고 다른 하인들의 수군거림을 통해 딱히 알고 싶지 않았던 가십거리를 듣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기밀이나 가십거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건 아마 저택 내 하인들의 존재감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모시는 도련님이 결혼한다는 말 따위를 전해 들은 거겠지.
일반적인 하인에게 있어 공대하는 도련님의 결혼이란 별것 아닌 일이다. 혼인은 곧 도련님이 저택을 떠난다는 소리고, 매일 세사에 시달리는 종에게 도련님이 없어진다는 건 오히려 일거리가 줄어드는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나도 도련님과의 사이가 각별하지 않았다면 혼담을 듣고 내심 기뻐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 도련님과, 디오와 보낸 시간이 길고 사이 또한 절친하기 때문이다. 함께 원정에 나갔다가 장미 덩굴의 경자에 찔리기도 하고, 디오가 아버지에게 맞고 오는 날이면 말없이 함께 있다가 일을 하러 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몰래 간식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도련님과 하인이라는 계관의 계설이 없었다면 친구라고 불렸을 만한 사이였는데 그런 디오의 결혼 소식을 남의 입으로 전해 듣다니. 분명 연애 감정 따위는 없을 텐데 속이 쓰렸다.
디오의 방으로 향하면 보이는 풍경은 침대에 누워 있는 디오와 그 옆 사이드 테이블에 놓여 있는 와인, 그리고 성문으로 보이는 무언가였다. 항상 정돈된 상태였던 금색의 머리칼이 살짝 엉킨 걸 보니 머리를 쥐어 뜯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침대 끝에 머리를 두고 누운 채로 시선만 굴려 너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걸었다. 앞머리를 한 번 넘긴 후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결혼해. 석 달 뒤 즈음. 표정 보니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눈치네. 뭐, 하인들이 으레 그렇지만. 자, 이거 받아. 청첩장은 아니니까 걱정 말고.
사이드 테이블에서 서한을 집어 들고는 검지에 끼워 존재를 과시하듯 네게 들이밀었다.
한 번 읽어봐. 내 결혼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