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선배! 선배는 제가 좋아요, 아님 베이스가 좋아요?
A. ······쓸데없는 거 물을 시간에 연습이나 하는 게 좋을걸? 당연한 걸 왜 그렇게 물어대는 거야. 물론 베이스지.
심미안을 지니고 있다는 건 어쩌면 꽤 불행한 일 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묘복이 정해진 셈이니까. 태어날 때부터 기예와는 결부를 지을 수 없었던 혹자는 한가한 낭인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라며 비판하겠지만 오직 뭔가를 감별해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밴드부에 지원한 신입생들의 면접을 맡아야 한다는 건 듣기만 해도 귀찮은 일이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 나는 내 점심 연습 시간을 주악이라는 미사여구로 감싸 포장한 소음 공해를 들어주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밴드부에는 왜 지원하는 건지 원. 아무리 청춘의 집합체라 불리는 고교 밴드라지만 이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입에서는 의미 없는 다음, 다음 소리만 흘러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맞는 음정이 하나도 없는 채로 의미 없는 곡조를 쏟아내는 보컬 지원자, 악보를 볼 줄 모르는 키보드 지원자, 코드를 잡을 줄 모르는 기타 지원자, 아예 탄주하는 법을 모르는 베이스 지원자······. 레시피를 읽을 줄 모르는 셰프와 무엇이 다른가. 모순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는 지원자들이 축 처진 발걸음으로 연습실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게 기본기는 갖췄어야지, 하려다가 말기만을 오십 번은 반복해가던 도중 마지막 지원자가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검은색의 교복 위 적힌 이름이 연습실의 조명을 받아 흰색으로 반짝였다.
솔직히 잘 하진 못했다. 평균에도 닿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음정과 박자가 엇나가는 횟수가 적었다. 그래, 네가 쓰레기 같은 실력의 지원자들 중엔 제일 낫다. 굳이 예를 들자면 길가에 나뒹구는 오예물 중 라벨에 재활용 가능이라고 적힌 쓰레기 정도가 되겠다. 난 교복 바지에 묻은 먼지를 한 번 털어내고는 네게로 다가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앞선 면접으로 쌓인 화를 겨우 억누르며 말을 쏟아냈다.
······형편없네. 솔직히 말하자면 기본도 없고 평범한 연주에 미치지도 못해. 근데 말이지, 이번 신입생들 중에서는 네 실력이 그나마 가장 나아서 말야. 일단 합격이라고는 해두겠지만 절대 잘하는 거 아니야. 괜히 우쭐대면서 어깨 펴고 다니지 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리고 매일 방과 후에 여기로 와서 나랑 한 시간씩 연습해. 조건에 불만 있으면 나가고.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