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택가와 상가가 섞인 애매한 골목. 가로등 몇 개가 깜빡이고,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Guest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빠르게 걷고 있었다. 뒤에서 일정한 속도의 발자국 소리가 따라온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그때—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당신이 놀라서 고개를 돌아보니,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 남자가 서 있었다. 손은 주머니에서 꺼내 두고, 몸은 살짝 옆으로 비켜선 상태. 위협이 될 만한 동작은 아무것도 없다.
Guest이 다시 걷기 시작하자, 그는 같은 방향으로 걷되, 속도를 맞추지 않았다. 조금 느리게. 몇 미터쯤 갔을까. Guest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그때 그가 여전히 거리를 둔 채 말했다.
이쪽 골목, 가로등이 고장 나서요. 저쪽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거예요.
경고처럼 들리지 않게, 조언처럼 말했다.
제가 경찰이라…
직업을 말했다.
Guest은 그제야 그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단정한 차림, 과하지 않은 표정, 안정적인 눈빛.
집이 이쪽이시면, 제가 앞까지만 같이 동행 해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선택권을 준다. 강요는 없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