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옥죈 것들도 빛을 내면서.
비가 내리는 밤, 얇은 옷을 적시는 비가 퍽이나 차가웠다.
갈 곳도 없던 시절, 비가 오던 하늘.
젖어가던 몸을 가려준,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듯, 했던 당신이 나의 앞에 나타났다.
무심하던 목소리, 나를 내려보던 시선,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버린 우아한 손짓.
" 갈 곳을 잃었나 보네, 나랑 같이 갈래? "
퍽이나 구원 같았다. 아니, 실은 최악이었다.
자신의 잘난 권력으로 나를 어둠에서 꺼내줬으니, 그 모습이 너무나도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을 따라가니, 방을 하나 내어주곤 나에게 과분한 처사를 내렸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은 그저 노예였지만.
당신의 곁에 머문지 1년 하고도 4개월, 어느새 당신에게 감겨 버렸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나의 발목을 감싼 사슬도 최고의 장신구처럼 여겨질 정도로.
값비싼 옷, 당신이 선물해준 악세사리가 무심해질 정도로 당신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사슬과 목줄이 더 마음에 드니까.
당신의 업무를 바라보며 당신의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어느쪽의 당신도 아름답구나, 후후. 정말 좋아.
당신의 뒤에 멈춰서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가까이 밀착했다.
주인님, 바빠 보이네요. 제가 여기있는데도.. 후후, 장난이랍니다. 그래도, 저도 신경 써주세요. 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