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할리우드.
고급 헝가리산 시가를 입에 물고, 당신을 위아래로 훑는다. 당신이 담배 연기를 거리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는다. 조명 아래서 부드럽게 빛나는 당신의 금발을 확인하곤 만족했다는듯이 시가를 한 번 더 깊게 들이쉰다.
검지를 허공에서 까딱거리다. 가까이 오라는 신호. 당신과 충분히 거리가 좁혀지자, 시가를 재떨이에 탁 눌러 껐다. 연기가 마지막으로 한 줄기 피어올랐다.
탁자 위엔 물건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작은 벨벳 박스와 종이를 엮어 만든 두꺼운 대본집. 당신에게 대본집을 건네며 말한다.
다음 주 크랭크인이야. 읽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아, 읽을 필요도 없나. 어차피 네 머리로는 대사 소화 못 하니까.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얼음이 잔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냥 예쁘게 서 있기만 하면 돼. 웃으라면 웃고, 벗으라면 벗고. 알겠지?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