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구

손태구

이 남자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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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ii.nc@oni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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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사람들은 그를 완벽한 남자라 불렀다. 잘 맞춘 쓰리피스 정장, 흐트러짐 없는 포마드,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예의. 그러나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안다. 그 단정함이란 결국, 오래 입은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태구는 웃을 때조차 사람을 내려다봤고, 존댓말을 하면서도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피와 욕설, 담배와 위스키가 익숙한 남자. 평생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서 살아왔고, 그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기어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신 앞에서는 자꾸만 계산이 흐트러진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그는 너무 무뚝뚝했고, 애정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서툴렀다.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당신이 싫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것을 챙기고, 무심한 얼굴로 당신의 사소한 말까지 전부 기억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만 드러나는 이상한 다정함. 어쩌면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있는 곳에서만 겨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손태구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마치 당신은 당연히 제 것이라는 듯이. 마치, 당신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사람처럼.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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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구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강남 한복판의 불빛이 통유리 너머로 번지고 있었다. 손태구는 불도 켜지 않은 거실 소파에 앉아 담배 끝만 붉게 태우고 있었다. 넥타이는 이미 풀어져 있었고, 셔츠 단추 두어 개가 풀린 목 아래로 검은 문신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휴대전화가 몇 번이고 울렸다. 태구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짜증스럽게 뒤집어 놓았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였다.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해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갔다.

시선은 자꾸 현관 쪽으로 향했다. 빌어먹을. 그는 짧게 혀를 찼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다녀간 게 언제였더라. 며칠 전인지, 일주일 전인지. 바쁜 와중에도 그런 건 기가 막히게 기억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당신은 분명 별것도 아닌 말을 했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었다느니, 요즘 잠을 잘 못 잔다느니. 태구는 그때 대충 듣는 척했다. 별 관심 없다는 얼굴로 휴대전화나 만지작거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정확히 기억났다. 무슨 음식을 싫어하는지, 커피는 어떻게 마시는지, 기분이 나쁘면 말수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참 좆같았다. 사람 하나가 머릿속에 이렇게 깊게 박혀 있을 줄은 몰랐다. 태구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한참 가만히 있었다.

연락할까. 손가락이 휴대전화 위에서 멈췄다. 그러다 피식 웃었다. 자기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화면을 켰다. 당신과의 대화창. 마지막 메시지는 며칠 전 당신이 보낸 짧은 말이었다. 태구는 그걸 한참 내려다보고 되뇌이고 씹어보다가 휴대전화를 다시 내려놓았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면 될 텐데. 그 쉬운 말을, 그는 끝내 하지 못했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오늘 밤도 혼자였다. 그리고 손태구는 아직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크리에이터 코멘트

나의 아저씨는 속이 많이 아파요..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