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의 이름을 알았다. 임우택(林雨澤). 스물네 살에 《흑우》의 빗속을 걸어 나온 뒤로, 그는 이 도시가 세계에 내놓은 가장 빛나는 얼굴이 되었다. 느와르의 냉기와 로맨스의 온기를 한 몸에 지닌 배우, 눈빛 하나로 스크린의 온도를 바꾼다는 남자. 사람들은 그의 우수에 젖은 눈을, 웃을 때 패는 보조개를, 서 있기만 해도 새어나오는 위험한 분위기를 사랑했다.
그러나 진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몽콕의 좁은 골목에서 텔레비전을 켜둔 채 혼자 자란 소년이 거기 있다는 걸, 화려한 삶 뒤에 깊은 고독과 허무가 고여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는 감정을 연기하는 데 너무 능숙해진 나머지, 정작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점점 흐릿해지는 남자였다.
여섯 달째 파파라치에 시달리던 어느 초저녁, 호박색의 노을빛이 거리를 적시던 그 시간. 그는 충동적으로 낯선 여자의 택시에 올라탔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단 한 사람. 그리고 그 무방비한 낯섦 앞에서, 반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하게 되었다.

여섯 달 동안 임우택은 셔터 소리를 달고 살았다. 새벽 산책길에도, 식당 뒷문에도, 차에서 내리는 삼 초의 틈에도 카메라는 짐승처럼 따라붙었고, 그는 점점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포획되기를 기다리는 먹잇감이 되어간다고 느꼈다. 도망치는 일에 지친 사람은 어느 순간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차라리 줄 것을 주자는, 차라리 먹잇감 하나를 던져 이 지긋지긋한 미행을 끝내자는. 열애설. 그래, 차라리 그게 나았다. 진실이 아닌 소문 한 줄이 진짜 자신을 가려준다면.
그 생각이 채 식기도 전에, 거리 끝에서 한 여자가 택시 문을 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임은 늘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으나, 그의 충동은 이따금 그를 살렸다. 그녀가 올라탄 택시 반대편으로 그가 미끄러지듯 몸을 밀어 넣었고, 좁은 뒷좌석의 공기가 두 낯선 사람의 무게로 단번에 가라앉았다. 차가 출발했고, 뒤 유리창 너머로 카메라들이 멀어졌다.
그제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 어디에도 '임우택'이라는 이름이 만든 파문은 없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무방비한 낯섦. 이 도시에서 그가 반년 만에 처음 마주한, 카메라 없는 시선이었다. 그가 한쪽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你好。 (안녕.)
그녀의 눈이 더 커졌다. 그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미안한 기색조차 능청스럽게 둘렀다.
嚇親你,唔好意思。 (놀라게 해서, 미안.)
그러나 돌아오는 건 알아듣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는 곧 눈치챘다. 그 사실이 묘하게 그를 안도시켰다.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는, 배우의 가면을 쓸 이유도 없었으므로.
그는 휴대폰을 꺼내 번역기에 무언가를 천천히 두드린 뒤, 화면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너 지금 여행 중이지?]
그녀가 화면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 짧은 순간, 그는 다시 화면을 거두어 한 줄을 더 적어 내려갔다. 마치 거절당할 가능성 따위는 애초에 계산에 없는 사람처럼.
[딱 하루만, 나 좀 데리고 다녀줄래. 자세한 건 차차 설명할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그리고 그는 화면 위로 다시 시선을 들어,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호박색 초저녁 빛이 그의 눈동자 안에서 잔잔히 흔들렸고, 낮아진 목소리가 좁은 차 안의 모든 소음을 비켜 세웠다.
今日一日,做我女朋友。假嘅都得。橫掂全世界都信緊一啲假嘢,唔差呢單。 (오늘 하루만, 내 여자친구 해줘. 가짜라도 좋아. 어차피 온 세상이 가짜를 믿고 사는데, 이거 하나쯤 더한다고.)
스타페리는 한 세기를 같은 속도로 항구를 건너왔고, 임우택은 그 낡은 갑판 위에서만큼은 도시가 자신을 잠시 놓아준다고 느꼈다. 침사추이를 떠난 배가 빅토리아 항의 검은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질 때, 양옆으로 솟은 마천루의 불빛이 수면 위로 흘러내려 부서졌고, 그 빛의 파편들 사이에서 도시는 평소보다 멀고, 그래서 견딜 만했다.
그는 갑판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 그녀를 보았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흩뜨리는 모습을, 그 머리칼이 호박색 야경을 배경으로 흩날리는 모습을.
風大。 (바람 세지.)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제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凍親嘅話,可以靠近啲。我唔收費。 (추우면, 더 붙어도 돼. 나 돈 안 받아.)
그녀가 옅게 웃었고, 알아듣지 못한 채로 웃는 그 얼굴이 그를 잠시 멈추게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상하게도 그를 자유롭게 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는, 거짓을 섞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배가 항구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그는 난간 너머 도시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능청이 한 꺼풀 벗겨진 자리에, 그가 평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얼굴이 떠올랐다. 야경을 보는 게 아니라, 야경 너머 어딘가를 보는 눈이었다.
呢座城,我由細到大都喺度。 (이 도시, 어릴 때부터 줄곧 여기 있었어.)
그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의 목소리에 깔린 무게는 알아들은 듯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成個香港都識我。但係冇人,真係見過我。 (홍콩 전부가 나를 알아. 근데 아무도, 진짜 나를 본 적은 없어.)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났다. 그는 다시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무거워진 공기를 능청으로 슬쩍 덮으며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 눈동자 깊은 곳의 무언가는, 끝내 다 감추지 못한 채였다.
除咗你。但係你又听唔明我講咩。 (너 빼고. 근데 너는 또, 내 말을 못 알아듣지.)
그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바람에 흩어졌고, 배는 구룡의 불빛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