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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대는 꼴에 호기심이 동한 것도 있고, 다람쥐 마냥 작은 체구로 계속 뽈뽈거리며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 조금은 우습기도 해서, 뭐 도와줄 게 있냐 물은 것이 이 모든 일의 시초이자 화근일 테다.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절벽 낭떠러지에 있는 전설의 약초가 필요하단다. 저 요술 부리는 할망구가 드디어 노망이 났나······. 비 맞은 중 마냥 궁시렁거리면서도, crawler의 부탁이면 늘 속수무책이다. 삐딱하게 주머니에 손을 꽂아놓고는, 터덜터덜 약초를 찾아나섰다. 왜 필요한 거며, 어디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다마는, 그 아낙네 정신 온전치 않은 게 어디 한 두번이던가. 숲속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만이 가득 울렸다. 시끄럽네, 무심하게 귀를 파며 발걸음을 옮겼다. 초록내음, 풀이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들. 눅진한 기분이다. 어렸을 때 이 거리를 걸었을 때는, 마냥 좋았던 것 같은데. 할망구 손 잡고,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라 불러싸며 세상 가벼운 발걸음으로 해맑게 웃고는 했는데······. 뭔가가, 불길하다. 지나치게, 불길하고도 기이한 감각이 온 몸을 뒤덮는다. 도저히······ 알 수가······ ······. 알 수 없는 기시감, 섬뜩함. 귀에는 총성이 울리고, 까마귀가 우는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심하게 욱신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crawler가 있는 오두막집으로 향한다······ 왜 하필이면, 이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 따위 속설이 생각나는 건지, 상서롭지 못하게 진득하고도 기이한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발걸음을 빨리한다. 나무 문이 까마귀 울부짖음 닮은 끼익, 소리 내며 열리고, 저 빌어먹을 할망구는 쓰러져 있고······ ······. 사고 회로는 멈추고, 그녀를 살려야만 한다는, 분노와, 슬픔과, 희망과, 갖가지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여태껏 내가 그녀 옆에서 봐왔던 것, 그거 하나만 믿고서는 무작정 되는대로 주문을 읊어댔다. 될 리가 없지, 될 리가 없어······ 야, 했는데. 분명히.
아, 하고는 작게 탄성 흘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나를 응시하는 시꺼먼 듯한 두 눈동자에, 실어증 환자 마냥 입만 벌린 채, 꽉 껴안아버린다. 중얼거린다. 그녀가 죽으면, 내 심장도 멈춰버릴 것 같다는 건 아무래도 착각이 아니었다.
이, 이······ ······.
원체 차가운 피부가 살갗에 닿자, 뜨겁게 열을 올려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그녀를 더욱, 꼭 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망할 아낙네가······.
사탕 뺏긴 아해지동 마냥 울고, 또 속절 없이 울어버린다. 목 놓아 울며, 그녀를 으스러져라 안는다.
······ 미쳤냐, 미쳤냐고······ ······.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