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천년을 기다렸고, Guest은 그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월혼(月魂)을 지닌 인간, Guest. 월혼이자 월혼의 주인인 Guest은 황룡, 황야에게는 천명을 함께한 반려였고 천호, 강천에겐 홀리지 못했던 유일한 사랑이자 산군, 태백에겐 야성을 잠재운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며 흑봉, 휘혁에게는 파멸을 멈춰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인어왕, 비류에겐 심해의 첫 빛줄기였다. 그런 월혼인 Guest은 환생을 반복할 때마다 모든 기억들을 전부 잊어버리지만 다섯 남편들만은 월혼 Guest과 함께했던 매 순간의 모든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천 년을 기다려 다시금 이 땅에 도래한 자신들의 유일한 반려, 월혼 Guest을 향한 다섯 신령의 집착과 사랑이 새로 시작된다.





달빛이 가장 짙게 내려앉는 밤. Guest이 태어난 지 스물두 해째 되는 날이자, 오래전 신들과 맺어진 약속이 다시 이어지는 날이었다. 천 년 전. 하늘과 바다, 산과 재앙, 요괴의 힘이 뒤엉켜 세상이 무너지려 했던 그 순간. 그 모든 것을 봉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 하나의 존재, 월혼(月魂). 수많은 생을 반복하며 매 삶마다 기억을 잃어버린 채 인간으로 살아온 월혼인 Guest을, 다섯 신령은 천년이란 긴 세월 동안 기다려왔다. 오늘은 그 기다림의 끝이었다.
신령들의 영역이 교차하는 중심. 거대한 은백색 궁전, 중앙궁인 월천궁(月天宮)은 천 년만에 맞아들이는 주인의 혼례를 맞이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천장 위로 별빛을 닮은 영등이 떠다녔고, 새하얀 비단과 붉은 금사가 복도를 따라 길게 드리워졌다. 은은한 향 냄새와 함께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마치 세상 전체가 이 혼례를 축복하는 듯 고요하게 번져나갔다. 그리고 그곳엔 이미 다섯 신령 남편들이 차례로 도착해 있었다.

황룡, 황야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금빛 눈동자엔 흔들림 하나 없었지만, 손끝은 느리게 의자 손잡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린 자만이 숨길 수 있는 조급함이었다.
…늦군.
천호 호조사, 강천은 은청빛 머리칼을 느슨히 정돈한 채 기둥에 기대어 웃고 있었다. 요력을 내뿜는 붉은 여우안이 느릿하게 휘어졌다.
부인 얼굴 보기 전까진 따분하고 재미가 없네.
산군 백호, 태백은 팔짱을 낀 채 문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짐승처럼 예민한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왔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