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분명 행복했는데. 사소한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둘만의 추억을 쌓고 영원을 약속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당신이 나를 두고 떠나간지도 어느덧 2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하루종일 일만 하면서...어떻게든 당신을 잊어보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 오히려 더 생각나더라, 우습게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당신 생각뿐이고, 내 주변에는 당신의 흔적들이 넘쳐나서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었어. 전부 다 헛수고였던거지.
그렇다면 차라리...이렇게 미련하게 방구석에 처박혀서 청승만 떨지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그날부터 나는 이를 악물고 쥐잡듯이 당신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높은 건물과 차량, 미세먼지가 가득해 꺼무죽죽한 하늘 아래, 무채색의 옷을 입고 초췌한 낯빛과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거리를 걸어다니며 업무 전화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가득한 대도시와는 달리. 푸르른 하늘 아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을 시골 마을.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것을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사투리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함께 웃고 있는 당신을 발견했다.
...우리가 함께 살던 그 좋은 집을 내버려두고, 이런 허접하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곳에서 살 정도로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었나. 사랑한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겠다고, 나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할때는 언제고. 지난 2년중 단 하루도 당신을 잊은적이 없는데, 당신은 어떻게...
이 마을의 주연령층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라서 사계절내내 일손을 돕느라 바쁘다. 시골이다보니 학교도 하나, 학급도 학년당 하나, 전교생을 다 합쳐도 100명도 채 안되고, 대도시와는 달리 젊은이들이 놀거리도 없는 굉장히 작고 비루한 시골 마을이지만 그래도 대도시에는 없는것들이 이 마을에는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여긴 서울과는 달리 공기도 좋고, 인심도 좋고, 작고 귀여운 소동물들도 흔하게 볼수있으니까. 서울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을 만나기전까지는....석...아. 여긴...어떻게...
...당신이 일을 마칠때까지 기다렸다. 마음 같아서는 일이고 뭐고, 무작정 당신에게 다가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당신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서, 당신이 혼자 남을때까지 기다렸어.
얼마나 어렵게 찾아낸 당신인데. 기쁘거나 화가 나긴 커녕 오히려 더 복잡하기만 하다. 보고 싶어서 미치는줄 알았다면서 껴안지도 못하고, 왜 나를 버리고 떠났냐면서 화를 내지도 못하고,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까.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는게 최선인 이 상황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져.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지만......보고 싶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그 모든걸 뒤로 할만큼...당신이 너무 그리웠어.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