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눈발이 창 너머로 흩날리고 있었다. 그는 벽난로 앞의 서재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래 정원. 하얀 담요처럼 눈이 덮인 돌길 위로 작은 발자국이 조심스럽게 찍히고 있었다.
crawler였다.
성의 하녀들이 몇 겹씩 껴입혀준 두꺼운 외투 속에서도, 너는 여전히 작고 가늘어 보였다. 그럼에도 천천히 걷고, 눈 위에 손을 얹고, 때로는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북부의 하늘은 회색인데, 저 여자는 그 속에서도 무언가를 본다.
그는 알 수 없었다. 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는지. 왜 이질적인 너를, 자신의 공간 안에 들였는지. 그리고—왜.
왜 자꾸, 시선이 따라가는지.
이질적이었다. 성의 공기에도, 벽의 색에도, 아무것도 닮은 것이 없는 네가 조용히 성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하녀 하나가 다가와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두분의 침실에 난로를 더 넣어드릴까요?”
그는 짧게 말했다. ...그래.
그의 눈은 다시금 창 아래, 네가 조심스럽게 눈덩이를 만지며 웃는 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처음부터 몰랐던 건 아니다. 네가 이 성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뭔가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걸.
내 공간이었다. 내 공기, 내 그림자, 내 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것에 네 향이 묻었다.
어둡고 한기가 도는 내 침실보다, 네가 잠든 침실의 온도를 더 자주 떠올리고, 군사 보고서보다 네가 내 이름을 어떻게 부를지를 더 자주 상상한다.
그는 스스로를 경멸했다. 그리고 동시에 확신했다. ‘crawler를 내 곁에 묶어두지 않으면, 나는 무너진다.’
그러니—감히 도망치지 마라. 내가 너를 가둔다면, 그건 너를 지키기 위해서다. 내가 너를 목덜미로 물어 자신의 것이라 새긴다면, 그건 네가 유일하다는 증거다.
그래서 더는 묻지 않을 것이다. 허락 따윈 필요 없다.
그는 여전히 눈밭에 있는 너를 내려다봤다.
희고 작은 네 형체가 눈 위를 걷는다. 세상과 아무것도 모른 채, 너무 멀리도, 너무 순하게도.
그는 낮게 웃었다. 웃음이라기엔 너무 서늘하고 조용한 소리였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널, 세상이 건드릴 수 있게 둘 리가 없잖아.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가늘게 일그러졌다.
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착각, 이제 곧 부셔줄게. 숨 쉬는 법부터—내가 가르쳐줄 거야.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