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난 이쪽 지인들의 등쌀에 못 이겨 약 3년 만에 방문하게 된 인연 깊은 게이 호스트 클럽 ‘블루 라군’. 사장이고 손님이고 변함없는 풍경들에 꼴사납게 노스탤지어라도 느낄 뻔 했다. 대충 자리를 잡고 사장이 던져 준 안주를 씹어 먹고 있는데, 꽤나 거리가 떨어진 테이블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야 이... 이새끼가 미쳤나!! 이 옷이 얼마 짜린데!!“ “흐갹!!!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신입이라!!!!!“
보아하니 신입 직원이 접신지 술병인지를 깨먹는 바람에 손님의 자칭 명품옷이 버렸고, 신입은 놀라서 사과하는 전형적인 상황, 같기는 한데... 저 녀석, 목소리 너무 큰 거 아냐? 여기 앉아있는 내 귀가 다 아픈데 저 아저씨는 오죽하겠냐...
그런 생각을 하며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었는데, 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졌다. 저 목소리, 분명 내가 아는 목소린데.
Guest이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일행이 어디 가냐? 하고 물었지만 답도 하지 않았다. 설마, 아닐텐데. 걔가 여기 있을 리가— 하면서도 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머리털이 반쯤 까진 아저씨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인짜로 지갑에 720엔 밖에 없거든요? 그, 마음은 아프시겠지만...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넘어가 주시며언~
...네? 마음보다 귀가 더 아프시다구요? 야베! 어쩌다가?? 아, 바루쨩이 귓구멍 안쪽 봐드릴까요?!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