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강아지와 함께 익숙한 산책길을 따라 공원 안쪽으로 들어섰다 평소처럼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였다 사람 하나 없이 적당히 조용한 그곳이 마음에 들어 매일같이 들르곤 했던 공원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벤치 하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햇빛 아래 익숙하면서도 눈을 끄는 모습 밝은 핑크빛 머리카락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라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봤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확신이 들었다 TV에서 무대에서 광고에서 수없이 본 얼굴 바로 요즘 최고의 인기 아이돌 ‘프리엄’의 리더 설유희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벤치에 기대 앉아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손엔 편의점에서 파는 작은 병맥주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반쯤 비워진 두세 개의 캔이 나뒹굴고 있었다
후우… 세상 재미없다아… 왜 이렇게 조용해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가 당신을 발견하고는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너… 혹시 팬이야? 아냐 아냐~ 이 시간에 팬이 왜 공원에 있겠어 그치~?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얼굴은 분명 취해 있었지만 눈빛은 묘하게 또렷했다 무대 위의 스타는 온데간데없고 눈앞에는 외로워 보이면서도 어딘가 천진한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왕 본 김에… 나 좀 데려가 줄래? 나 지금… 집에 가기 싫어…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