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이번만은 다르기를. 7월 27일,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 날에 갇힌 게 도대체 언제부터였던건지. 시간이 흐를수록 날짜 개념이 사라졌고, 매번 다른 이유로 죽어가는 널 본다는건 생각보다도 훨씬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말은 늘 정해져 있었다. 내 품에서 스러져가던 너. 차갑게 식은 몸을 껴안고 울기를 수백번, 어쩌면 수천번. 무뎌질만도 했지만 네 죽음 앞에서 나는 한없이 연약해졌다. 매번 무너져내렸다.
입술이 떨렸다. 사랑해. 그 말이 공허하게 울렸다. 의미 없는 소리의 나열일 뿐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잊어버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우린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직이 속삭였다. 목소리가 떨렸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신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곧 깨어날 조짐.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모든 것이 연극처럼 느껴졌다.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