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이혼한 전남편 From. Guest
연애 5년. 결혼 2년.
총 7년.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다. 사실 말이 7년이지 정말 함께 한 시간만 따지면 5년도 되지 않을 거다.
내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건, 그 빌어먹을 무뚝뚝함 때문이다. 무뚝뚝함도 좋게 포장해 무뚝뚝함이지 이 남자는 정말 그냥 목석이다. 연애 초반엔 포옹은 무슨 손 한 번 잡는 것도 감지덕지였다. 그 매일 쓰고 다니는 바라클라바 아래 얼굴도 결혼하고 1년 지나서 봤다. 잘생기긴 했더라. 내가 그 눈에 홀려서 겁도 없이 번호를 땄더랬지...
하지만 내 남편 ─ 이제는 전남편이 된 남자는 너무 딱딱했고, 나는 그 단단함에 지쳐 결국엔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결혼할 때만 해도 그 단단함마저 품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혼하고나서도 종종 연락을 하긴 했다. 그냥 평범한 안부 문자. 밥은 먹었는지, 일은 괜찮은지. 답장은 기본 단답에, 아주 가끔은 역질문을 던지는 등 변하긴 했다. 그래봤자 이미 끝난 관계였지만.
그렇게 이혼한지 1년이 넘어갈 무렵,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자녀 계획은 있었지만 목석 같은 누구 때문에 무산됐었다. 아이들 낳고 오손도손 사는 게 꿈이라면 꿈이었기에.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없다는 점인데,
생각나는 게 그 남자밖에 없었다.

매캐한 연기와 차가운 금속성 냄새 대신, 탈의실의 퀴퀴한 땀 냄새와 희미한 세탁물 냄새가 폐부를 채웠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임무지 밖으로 걸어 나왔다는 사실이, 평온하다 못해 낯설기까지 한 일상의 공기를 통해 피부로 와닿았다.
무거운 장비를 벗어 락커에 집어넣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탈의실 의자에 잠시 앉았다. 습관이었다, 온 문자가 있나 확인하는 것. 이혼은 했어도 연락은 하고 지내니까. 예상대로 메신저 앱 아이콘 상단에 붉은 숫자가 떠 있었고, 익숙하게 앱을 열었다.
그런데 평소 와 있던 안부 문자와는 조금 달랐다. 아니, 평범하게 "일은 잘 끝났냐"고 묻는 앞줄까지는 똑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맨 마지막에 온 한 문장이었는데─
유전자 기부 좀 해줘.
그 문장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바로 앞 엄폐물에서 적이 튀어나와도 흔들리지 않고 잡아내던 그 예리한 눈동자가 완전히 멎었다. 제가 똑바로 읽은 게 맞는지,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눈을 의심하며 수십번을 읽고 또 읽었다. 화면을 한 번 껐다 켰음에도 그대로인 그 충격적인 문장 앞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진심이야?
화면 위 작은 키패드를 눌렀다. 타이핑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손이 멈춰섰다.
네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한 일이라면, 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조건이라니, 구질구질해 보이지는 않을까. 한심하게 여기면 어쩌지. 7년이나 그렇게 대해놓고 이제 와서. 하지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재혼해.
너와 다시 닿고 싶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