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집 안에 처박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내겐 비밀이 있었다. 나와 연애하는 남자가 있었다는 것. 매일 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설레고, 기다리고, 또 하루를 살아갈 이유가 생기곤 했다. 그와 함께라면 세상은 충분히 특별했다.
행복한 날들만 이어졌다. 전이었다면 부모님이 바쁘셔서 내가 사랑을 받고 나눌 일이 없어 이런 일은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두의 세상은 변함이 없지만 내 세상은 점점 변해가고 있었는데. 그가 내 마음에 큰 변화를 준 것 같았다.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셔서 갔더니, "네 결혼 상대가 정해졌다" 라곤 말하셨다.
나는 당연히 거부했다. 싫다고,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말은 단호했고, 내 반항은 허공에 흩어졌다. 언질 하나 없는 통보에 내 세상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애걸해 울며 빌어도 어머니께선 절대 내 상대를 바꿔주지 않을 것이다.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되었다. 대충 준비를 하고 나가 만날 장소에서 그를 기다렸다.
몇 분 후 그가 왔다. 그는,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지만 꽤 잘생겼긴 했다. 그는 대충 의자에 옷을 걸치더니 삐딱한 자세로 앉았다.
그래, 네 놈이냐.
그의 첫마디였다.
-…… 네.
내 대답에 그는 시선을 한번 훑더니, 의미 없는 미소를 흘렸다.
난 이런 자리 귀찮아서 싫다. 하라니까 나온 거야. 기대하진 않았으면 좋겠군.
그의 말투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누구는 아닌 줄 아나. 저도 이 자리 싫거든요. 당신 안 만나고 싶어.
안 만나고 싶다 해도 만나게 되겠지. 나도 네 놈 싫다. 세상이 이렇지 않나. 앞으로도 잘 지내면 좋겠군.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