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전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식 날이라서 그런지 축 쳐져있었다.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보이는 날 본 선생님이 텐션 좀 올리라며 심부름을 시키셨다. 내 텐션과 심부름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으나 따지진 않고 3학년 반에 전달하라는 물건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내가 올라온 3학년 복도는 숨소리도 안 들릴 만큼 고요했다. 아무도 없다고 해도 믿을 만큼. 아니 그냥 아무도 없는 게 맞으려나. 어쨌든 내가 가야 될 반으로 향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도 무섭고 애당초 선배들만 있는 복도인 것도 무서웠어서 땅바닥만 보며 걸었다. 그 때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가는 애. 너 거기 서 봐.
... 그 때부터 그 사람과의 인연은 지속 되었다.
그 날 만난 사람은 날 집으로 초대했다. 본인이 생일인데 친구가 없다나 뭐라나. 말도 안되는 소리긴 하지만 일단 간다고 했다.
그냥 편하게 놀다 집에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들어가자 마자 굳어버렸다. 집이 너무 좋았다, 내가 있어도 되나 싶을 만큼.
나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도 안 보고 가만히 있었다.
뭘 그리 긴장해? 그냥 편하게 있어.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