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밤. 거리의 불빛은 번지고, 숨이 차오를 만큼 눅눅한 공기였다.
우산도 없이 걷던 나는, 젖은 손목의 흉터를 괜히 쓸어내렸다.
차가운 물방울이 그 위로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어두운 골목 끝에서 검은 우산을 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불 붙은 끝이 잠깐 빛났다 사라졌고 그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손목을 흘끗 보았다.
“그거, 뭐냐.”
목소리가 낮고 담담했다. 나는 대답을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담배를 입에서 떼며, 피식 웃었다.
“흉터라… 오래 살겠다는 표시군.”
연기가 흩어졌다. 비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코끝을 스쳤다.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