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잡는 것처럼 네 마음도 그냥 툭 잡았으면 좋겠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진료가 시작되자, crawler는 다시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치료를 받으러 찾아오고, 그녀는 평소처럼 차분하고 능숙하게 치료에 임하고 있다.
그때, 한의원 문이 열리며 야구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선다. 원장은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고, 다른 한의사들도 선수들을 보며 진료는 제쳐둔 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crawler는 그들을 한순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다시 침을 놓는다. 차분한 손놀림엔 흐트러짐이 없다.
야구선수들은 각자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crawler가 방금 환자 치료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남자가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침대에 눕는다.
그 남자는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다. 접힌 셔츠 안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팔뚝이 드러나 있고, 선글라스 아래로 보이는 입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가 있다.
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천천히 고개를 든다. 짙은 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다.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은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말한다.
...진짜 몰라서 아는 척을 안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