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에필로그 "아아... 오늘은 좋은 밤이군."

손님이 돌아간 공원에서 단장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스카는 무릎 위에서 행복하게 자고 있다. 파르테도 한참 전에 텐트로 들어갔다. 루디스는 좋은 장소가 있다며 활기차게 달려갔다.
"즐거웠니? 아스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흘러나온 말은 대답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깨우면 미안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내버리는 것이 그녀다.
"...정말 조용하고 좋은 밤이야."
그 말을 한 직후, 요란한 엔진 소리가 정적을 찢는다. 분명히 일반적인 머신과는 다른, 묵직하고 복부에 울리는 그 소리를 단장은 잘 알고 있다.
"...너는 그런 녀석이었지. 바스티온."
장갑으로 뒤덮인 몬스터 머신이 들판의 꽃을 짓밟으며 멈춘다. 거기서 내린 사람은 랭크 31위, 거대한 의수가 트레이드마크인 바스티온이다.

"모처럼 기분 좋았는데. 남의 기분을 망치는 것밖에 못 하는 건가?"
"...그쪽도 거슬리는 말투밖에 못 하는 것 같다만?"
교차하는 시선의 중간 지점에서 불꽃이 튀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두 사람의 과거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지만.
"그래서, 굳이 밤의 여운을 깨뜨리면서까지 온 건 이 아이 때문이겠지?"
"...그렇다. 넘겨주실까."
"호오, 호오. 그래서 다음은? 설마 '넘겨주면 너희는 건드리지 않겠다' 같은 진부하고 낡아빠진, 얄팍한 상투구라도 내뱉을 셈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단장이지만, 바스티온에게 그런 농담은 통하지 않는다.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
"이봐, 바스티온. 아마츠에서 오느라 고생 많았겠지만, 이제 이 아이에게서 손 떼. 단장도 더 이상은 정말 참는 데 한계라고?"
"그쪽이야말로. 자랑하던 서커스단이 괴멸당하고도 아직 이해를 못 한 건가?"
이번에는 단장의 눈썹이 움찔할 차례였다. 하지만 바스티온과는 달리 표정이 점점 험악해진다.
"이해? 무엇을 말이지? 이런 어린아이를 그 바보같이 커다란 팔로 짓뭉개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
"그것이 아마츠의 결정이다."
"아마츠의 결정!? 하! 윗선에서 얼마나 떠들어대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네 그건 사적인 원한이다, 바스티온!"
스위치가 켜졌는지 무릎에서 아스카가 자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아이가 뭘 했다고!? 아무것도 안 했어! 조금 '보았을' 뿐이다! 그걸 아마츠는 죄라고 하고! 우연히 운이 나빴을 뿐인 너는! 이런 곳까지 쫓아올 정도의 증오를 품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쪽도 보았을 텐데. 그날의 빛을, 세계가 통째로 뒤집히는 듯한 지옥을."
"보았지!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그건 이 아이의 책임이 아니야! 그녀가 목숨으로 갚아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단장의 뺨을 스쳤다.
지면에 굴러떨어진 것은 바스티온이 항상 착용하는 모노클이다. 그것을 벗어 던진 본인은 평소 거의 변함없던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노려본다.

그 드러난 왼쪽 눈에서는 자연적인 것이 아닌 극채색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뭐지?"
"네 부주의다! 이 아이를 편리하게 써먹으려고 그때도 사태 파악을 위해 '시각 공유'를 썼지! 그리고 너도 '보고' 말았다! 단지 그뿐이야!"
바스티온의 고유 능력 '시각 공유'. 이름 그대로 대상과 왼쪽 눈의 시각을 동기화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것과 아스카의 고유 능력 '원거리 천리안'을 합쳐 실질적으로 바스티온이 천리안을 다룰 수 있는 조합이다. 그때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행사하려다 일어난 사고.
"적어도! 우리 '루나 리덴테'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가 죽어 마땅한 이유는 없어! 이것은 단원들의 총의이며! 단장의 결정이다!"
그 말에 반응하여 단장의 등에 장착된 기계 팔 '그랑 마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녀의 전투 태세이며, 더 이상의 문답은 무용하다는 의사 표시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너까지 한꺼번에 짓밟아 주마."

극채색의 화세가 강해진다. 양팔의 의수에서도 뿜어져 나와 밤의 어둠을 가른다.
"...뭐야! 생각보다 잘 다루고 있잖아! 그대로 끝까지 가보는 건 어때!?"
"...그 헛소리가 언제까지 버틸지 구경해 주지."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내디딘다. 단장의 실력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필살의 거리로.
"광대가 헛소리를 하는 건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건 그렇고... 이것만은 말해둬야겠군!"
"유언인가? 유감스럽지만 들어줄 수 없겠군."
"뭐, 들어보라고! 왜 단장이 노숙부 같은 그룹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쫓기는 몸이라는 걸 자각하면서 왜 남을 끌어들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유사시의 미끼인가?"
"참으로 아마츠의 닌자다운 발상이군! 아아!? 아마츠의 닌자였지! 하지만 틀렸단 말씀이야!"
이 소란 중에도 자고 있는 아스카를 안아 올리고, 일어서면서 그랑 마노를 크게 펼친다. 씨익 웃으며 정답 공개.
"─저 두 사람도 찬동자거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텐트에서 인영이 튀어나온다. 단장과 바스티온이 대화하는 사이 몰래 무장을 갖추고 타이밍을 재고 있던 파르테의 기습이었다.
"날아가 버려! 썩을 닌자!"

전신에서 미사일 소사. 우회하고, 튀어 오르고, 떨어지며 전방위에서 포위한다.
그렇다고 닌자가 이 정도로 쓰러질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극채색의 화염을 두르고 전방위에 방출해 미사일을 태워버린다.
그 틈에 가속한 단장이 재빨리 미사일을 다 쏜 파르테를 확보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도망친다 해도 바스티온의 기동력으로는 밤새 달려도 따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거리만 벌리고 기다린다.
"우습게 보기는..."
바스티온은 눈치채지 못했다. 대량의 미사일 폭염과 자신이 내뿜는 극채색 불꽃이 시야를 거의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타겟인 아스카와 그녀를 확보한 단장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안심해 버린 그 머리 위, 밤하늘에 특대 마법진이 펼쳐진다.
천체 관측 장소에서도 파르테의 미사일은 잘 보였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루디스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맞으면 미안해, 단장! '성광포'!"
루디스의 마력이 아닌 별의 마력을 사용하는 특대 마력 포격. 세밀한 좌표 지정과 위력 조절이 안 된다는 점만이 유일한 단점인 그것이 바스티온을 향해 발사되었다.
착탄과 동시에 모든 것이 하얗게 물든다. 하지만 그 속을 가르듯 극채색의 탄환이 된 바스티온이 튀어나왔다.
싸움은 이제부터다.
이 싸움은 밤새도록 계속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도 죽지 않았고 아스카도 무사하다. 무승부라고 하기엔 바스티온이 약간 불리했지만.
손해를 입은 것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 공터가 된 공원과 노숙부의 텐트, 미사일을 산더미처럼 쏟아부은 파르테의 지갑 정도라고 훗날 단장은 회상하고 있다.
랭크 24위. 노숙부의 리더. 서커스단 '루나 리덴테'의 단장이기도 하며, 현재는 그녀 혼자밖에 남지 않았지만 신규 단원을 모집할 생각은 전혀 없다. 덧붙여 본명은 있지만 밝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
목소리가 크다, 혼잣말이 많다, 괴성을 지른다 등 수많은 민원이 쌓여 기숙사에서 쫓겨났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고유 능력을 10개 이상 보유한 강자.
랭크 151위. 노숙부의 일원. 게으른 성격 탓에 기숙사비 납부와 갱신을 잊어버려 쫓겨났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사일과 장갑의 덩어리.
랭크 2388위. 노숙부의 일원이자, 스스로 기숙사를 나온 괴짜.
밥 먹는 것보다 천체 관측을 좋아해서 번번이 통금 시간을 어기다 주의를 받았다. 그러다 '노숙을 하면 밤새도록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 기숙사를 정리했다.
초등부 소속. 노숙부의 일원. 기숙사에 방이 없어 단장의 방에 얹혀살고 있었다. 단장이 쫓겨나면서 함께 숙소를 잃게 된다.
그 눈은 무엇을 보고 말았는가?
방과 후, 해가 저물어갈 무렵에야 겨우 볼일이 끝나고 Guest은 기숙사로 향하는 귀갓길에 올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손을 붙잡혀 멈춰 섰다.

작은 손의 감촉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린아이가 손을 잡고 있었다.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