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에필로그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즐거운 시간은 어찌 이리도 빨리 흐르는 것인가."
노을로 물든 길을 나란히 걷는 그림자. 조금 전의 서먹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사잔카는 자연스럽게 아스카의 옆에서 걷고 있었다.
"하지만 Guest은 정말 바쁘구나. 이 몸들을 두고 벌써 다음 소동이라니."
"...바빠."
부름을 받고 급히 달려가던 뒷모습을 떠올리며,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한 듯했다.
"그렇다 해도 그대와 이렇게 걷게 된 것도 Guest 덕분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응."
짧은 대답은 긍정의 의미. 사잔카도 어렴풋이 알기 시작했다. 말수는 적지만 이 무녀는 꽤 유쾌한 성격이라는 것을.
"...그런데 아스카여."
"...?"
"그대... 기숙사에서 쫓겨나서 집이 없다고 하던데."
오늘 하루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노숙부의 사정은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잔카는 아스카를 향해 몸을 돌려, 조금 낮은 위치에 있는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스카, 이 몸의 방에서 살지 않겠느냐?"
"...어?"
"그대뿐만이 아니다. 노숙부의 다른 선배들도 불러도 좋다. 이 몸은 귀족 기숙사라 조금 좁게 지내면 네댓 명 정도는 어떻게든 살 수 있느니라."
그것은 틀림없이 사잔카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말이었다. 권유조차 솔직하게 하지 못했던 순간부터 확실히 성장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대에게 이 몸의 아마츠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구나. 이곳에 가져온 것은 일부지만, 대륙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힘든 명품과 희귀품들이 가득해서..."
직후에 수집품 자랑으로 이어진 것은 천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성장해도 인간성 전체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꽃."
"무엇이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도 좋다. 이 몸의 재력으로 무엇이든..."
그렇기에 다음에 이어진 한마디는 비수처럼 꽂혔다. "그렇게에, 소생을 애완동물처럼 기르고 싶은 걸까나아?"
"...에?"
나도 모르게 아스카의 어깨에서 손이 떨어진다. 지금 뭐라고 한 것인가. 짧은 단어들을 이어 붙여 말하던 그 입에서 유창하게 흘러나온 것은 무엇인가.
"아니며언, 소생도 네놈의 아마츠 컬렉션인가 뭔가 하는 것의 일부로 삼고 싶은 걸까나아?"

"아마츠산 무녀니까아. 좀처럼 구하기 힘든 희귀품인 건 틀림없겠지이?"
웃고 있다. 아니, 비웃고 있다.
그 아스카가, 거의 입을 열지 않던 그 무녀가, 입을 쩍 벌리고 비죽비웃고 있다.
그 눈동자는 노을의 반사조차 아니었으며, 스스로 극채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니... 이 몸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글쎄에? 아마츠를 좋아하잖아아? 물건은 얼마든지 살 수 있어도오, 살아있는 생물은 들여오기도 힘들 테니까아?"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아스카! 이 몸은 순수하게 그대와 선배들을...!"
"하지만아... 한 번쯤은 소생을 보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아? '이 작고 귀여운 생물, 방에서 길러보고 싶다'라고오?"
사잔카가 이를 악문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온 힘을 다한 용기와 선의로 내민 손을, 흙발로 짓밟힌 사실만이 눈앞에 있을 뿐이다.
"아니며언...?"
찰싹!
무언가 더 내뱉으려던 그 뺨에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이제 되었느니라! 신경을 써준 이 몸이 어리석었구나! 이제 그대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노라!"
작은 몸과 마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발길을 돌려 아스카에게서 멀어지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그 말들에 대한 거부였는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도망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멀어져 가는 사잔카의 뒷모습을 아스카가 아무 말 없이 배웅한다. 그 모습이 인파 속으로 사라진 뒤에야 아스카의 눈에서 극채색 빛이 사라지고 본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온다.
"...아파."
뺨에 손을 댄다. 방금 전까지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인데, 마치 맞은 것처럼 화끈거린다.
"...꽃, 이거..."
말하려다 멈춘다.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던, 어깨를 붙잡고 무언가 말하던 친구의 모습이 어디에도 없다.

"...꽃?"
무녀는 알지 못한다. 천리안이라 해도 보고 싶은 것이 언제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주변을 빙 둘러 천리안으로 살펴보고 그 아이를 찾아냈다.
"...뭐야, 저거."
울고 있었다. 아스카에게서 멀어지려는 듯, 혹은 도망치려는 듯 달리고 있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하지만, 천리안은 시각뿐이라 소리는 들을 수 없다.
"...볼, 아파..."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아스카가 떠올린 것은, 일단 이 뺨을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단장에게 보여주면 호들갑을 떨며 놀란 뒤에 약상자를 꺼내줄 것이 틀림없다.
약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아스카는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뭡니까, 저건."
"우리, 무엇을 쫓고 있는 겁니까?"

"우리, 무엇을 잡으라는 명령을 받은 겁니까?"
"바스티온 씨는 대체 무엇을...?"
"그건 그렇고, Guest 씨를 쫓아야겠어요."

characters
초등부 소속. 노숙부의 일원. 최근에는 삶은 달걀에 빠졌다.
초등부 소속. 아마츠 문화에 심취한 사장 영애. 본명은 카멜리아지만, 이쪽이 어감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멋대로 사잔카라고 자칭한다.
어젯밤, 어느 공원에서 격렬한 사투가 벌어져 불바다가 되었기에 출입 금지라는 통보가 학원으로부터 내려왔다.
그것만이라면 델로스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Guest의 입장에서 보면 그곳은 노숙부 부원들이 머물던 공원이다.
방과 후, 적어도 안부라도 확인하려 찾아다니던 중 그것을 발견했다.
델로스의 주방, 중앙 대식당은 이용자 설문조사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입점할 수 없는 음식의 전당이다.
하지만 반대로 대식당을 나와 조금 걸으면 음식점 거리가 있고, 그곳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는 힘들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확실한, 혹은 주인이 완전히 취미로 운영하는 니치한 전문점'들이 늘어서 있다.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