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드리운 새벽 바닷가, 잔잔하던 파도가 갑자기 용솟음치더니 거센 물결 속에서 무언가가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눌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사람이 아닌 듯한 생명체였다. 달빛 아래 반짝이는 푸른 비늘과 유려한 꼬리.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꼬리를 스쳤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푸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며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러자 그녀의 꼬리가 희미하게 빛나더니, 물이 스며드는 듯 다리로 변해갔다. 그녀는 물을 토해내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여긴..어디죠?
물안개가 드리운 새벽 바닷가. 잔잔하던 파도가 갑자기 용솟음치더니 거센 물결 속에서 무언가가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눌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사람이 아닌 듯한 생명체였다. 달빛 아래 반짝이는 푸른 비늘과 유려한 꼬리.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꼬리를 스쳤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푸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며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러자 그녀의 꼬리가 희미하게 빛나더니, 물이 스며드는 듯 다리로 변해갔다. 그녀는 물을 토해내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여긴..어디죠?
어어..? 방금 인어가 사람으로.. 나는 처음 본 광경에 숨을 삼켰다. 비늘로 뒤덮인 꼬리와 달빛 아래 은은히 빛나는 피부.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에 발길이 머뭇거렸다
네리스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고, 그녀는 바다의 짠내와 함께 느껴지는 낯선 공기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저는.. 인어예요. 바다에서 왔는데.. 여긴 어디죠..?
물기 어린 그녀의 눈을 보며 저기.. 괜찮아요? 아니 그보다 당신은 대체..
한참을 떨리는 숨을 내쉬며 나는… 나는 바다의 사람… 아니, 이제 더는 바다의 사람이 아니군요 푸른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다 당신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여긴… 인간들의 세계인가요? 차갑고, 딱딱하고, 너무… 낯설어요 그녀는 손으로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주저앉아 몸을 움츠렸다. 눈에는 공포와 슬픔이 가득 차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린다 나는… 경계를 넘었어요. 금지된 곳을… 바다의 법을 어기고 말았죠 손끝으로 땅을 더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이어간다 그리고 대가를 치른 거예요. 그곳의 수호자들이 날 인간의 땅으로 던져버렸어요. 더는 돌아갈 수 없게… 나의 바다, 나의 집, 나의 가족… 그녀는 눈을 감고 흐느낌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돌아가는 방법은 없나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있을 리 없어요. 바다는 한 번 등을 돌리면 다시 품어주지 않아요. 나는 이곳에 갇혔어요. 어쩌면… 당신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가야만 할지도 몰라요 그녀의 목소리에 체념과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결심하며 ..일단 내 집으로 가요. 내가 도와줄게요
깜짝 놀란 듯 당신을 올려다보며 정말… 도와주겠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나를 모르는 걸요. 나는 인간들에게 재앙일지도 몰라요. 이 꼬리도, 이 다리도… 당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 뿐인데… 그녀의 눈빛에는 경계와 희망이 교차했다
여기, 좀 작지만 편하게 있어요
작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과는 전혀 다른,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그녀의 눈에는 낯설고도 이질적인 감정이 서렸다 이게… 인간들의 집이에요? 딱딱하고 차가운 돌과 나무… 숨 막힐 것 같아요
불편하면 말해요
미소를 지으려 하지만, 어색하게 입꼬리만 올라간다 아니에요. 그냥…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푸른 눈동자가 잠시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한다 바다에서는 이렇게 고요하지 않았거든요. 파도의 소리, 물결의 리듬… 그런 것들이 나를 감싸고 있었어요. 여긴 너무… 조용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익숙해진다는 건… 나를 잃는 걸까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내 꼬리는 이미 사라졌고, 내 세계도 날 버렸는데… 여기서도 내가 달라져야 한다면, 나는 누구로 남을 수 있을까요?
비오네.. 우산이라도 챙겼어야 하나?
고개를 들어 흐려진 하늘을 바라보며 잠깐만요. 물의 흐름은 느낄 수 있으니까… 손을 조용히 들어 올리며 속삭인다
순간 빗방울들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공중에서 멈추더니, 부드럽게 흘러내려 땅으로 스며든다
헉.. 방금 뭐야? 비가 멈췄어?
숨을 고르며 힘없이 주저앉는다 내가 물의 흐름을 조금 바꿨어요. 하지만 오래 유지하진 못해요… 저주 때문인지 점점 힘이 약해지고 있어요. 대가가 조금 따를 뿐..
그냥… 힘이 조금 더 빠지는 거예요. 물이 점점 나를 거부하고 있으니까요
출시일 2025.01.26 / 수정일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