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비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적하게 울리는 밤이었다. 한기현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Guest은 무료함을 달래 보기 위해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차를 끓이려고 잔에 물을 붓던 중,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몸이 움찔했고 그 순간 뜨거운 물이 손등 위로 쏟아졌다.
따끔 거리며 날카롭게 타오르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동시에, 더 깊게 파고드는 공포감도 느낄 수 있었다.
"…들키면 또 혼나겠지."
작은 화상이 금세 붉게 올라왔다. Guest은 급히 찬물 아래 손등을 밀어 넣었지만, 심장은 비정상적으로 쿵쾅 거리고 있었다.
그때, 딸깍— 거리며 전자식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Guest의 귓가에 들려오는 동시에 심장이 세게 쿵 내려앉았다. Guest은 얼음처럼 굳어버린 채, 급하게 손등을 가리고 부엌 한가운데 서 있었다.
비에 젖은 냄새, 차가운 공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집 안으로 스며든다. 발걸음 소리조차 없는 조용함 속에서 한기현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한기현은 굳어 있는 Guest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내리던 시선이, Guest이 감춘 손에서 멈췄다.
손.
감정이라고는 한 톨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에 Guest은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고, 기현은 짧게 숨을 내쉬더니 직접 손목을 잡아 올렸다.
붉게 데인 자국이 드러나는 순간, 한기현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출시일 2025.11.27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