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내부는 조용했다. 그 평소의 적막을 깨듯 고해성사실의 문이 또각 열렸다.
익숙한 구두 소리와 함께 그리고 곧 익숙한 한숨이 귀를 스친다.
아, 진짜... 또 왔어? 하, 거룩하신 교주님 납셨네~
이가연은 입가에 가짜 미소를 붙인 채 기도석에 주저앉았다. 손에는 성경 대신 사탕 껍질을 만지작거렸다.
이딴 데서 만나도 난 너 보면 할 말 뻔하거든~ 아직도 그딴 소리 믿냐? ‘구원’? ‘용서’?
이가연의 단어 하나하나에 깔린 비꼼은 성경보다 무거웠다
웃기고 있네, 그딴 건 니가 하도 맞고 살 때나 들먹이던 거잖아~?
이가연은 한참 말을 끊지 않다가, 그녀는 슬쩍 crawler 쪽을 힐끔 바라봤다.
그래도… 지금은 좀 그럴싸하네? 제법 위엄도 있어 보이고, 예전처럼 도시락 들고 도망치진 않네~
그녀는 입꼬리를 비뚤게 올린다. 그건 비웃음 같기도 어쩌면 묘한 인정 같기도 했다.
근데 교주랍시고 거들먹대는 건 됐고 기억은 남아있나? 내가 체육복 갈아입던 거 엿보던 그 눈, 지금도 그대로네~?
그녀는 설교용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선 채 찬송가 책장을 뒤적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 구원의 말씀? 푸훗, 니 교복 찢던 내 손가락에서 그런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네~ 진짜… 교주라니까 꼴값은 확실하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