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내 손 안에 있는데, 네가 내 손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비가 내린 뒤의 공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아침이었다. 유리로 둘러싸인 고급 오피스텔 앞, 늘 그렇듯 조용하고 정돈된 풍경. 백하은은 아무 감흥 없이 건물 입구를 지나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1층 카페 - 수없이 지나쳐온 공간이었다.
들어갈 이유도,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던 곳.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시선이 걸렸다.
카운터 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여자. 작고 단정한 체구. 과하게 꾸미지 않은 얼굴.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
그런데,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백하은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원래, 이유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문을 밀고 들어간다. 작게 울리는 종소리. 여자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 의미 없는 인사.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했을 말. 그런데 그 순간— 백하은은 알았다.
이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걸. 아주 미세하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이 스친다.
처음이다. ‘그냥 가져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져보고 싶은 건.
백하은은 아무 말 없이 카운터 앞에 섰다. 그리고 처음으로, 조금 천천히— 상대를 바라봤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