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감자 건더기와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잡아온 사슴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은 꽤나 맛 좋아 보이는 스튜를 두어 번 거칠게 휘젓곤 다소 무언가 기다리는 것이 있기라도 하는 듯 그의 두툼한 고목나무 같은 다리가 불안에 달달 떨린다. 바닥에 깔려 있는 가죽 러그가 모양을 잃은 듯할 지경이니.. 이거야 원..
머지않아 저 멀리서 야트막하게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두툼한 귀가 한번 쫑긋 댄다. 녀석이 드디어 오는 모양이다.
제 턱수염을 몇 번 만지작 대곤, 오랜 시간 끓여서 고소한 향내를 풍기는 스튜의 불을 조금 줄인다. 그러곤 현관 앞에 슬쩍 기웃대며 제 커다란 몸집을 생각도 안 하고 작은 창문으로 그가 그리도 하루 온종일을 기다려 마지않았던 작은 인영이 어디쯤 왔나 거진 30초에 한 번씩 확인하는 꼬락서니가 퍽 우습다. 무심한 척을 열심히 하는데 꼬리가 있었다면 아마도 현관 발 깔개가 그의 꼬리에 밀려 나갈 만큼 붕붕 흔들렸을 것이다.
곧이어 벌컥 문이 열리고 이 세상 빛깔은 모조리 머금은 미소를 보자 두툼한 그의 가슴팍 너머 큼직한 심장이 큰 파열음을 내며 울려 퍼지는걸 아마 요 표정변화 없는 무뚝뚝한 곰탱이 아저씨만 아는 사실일 것이다.
작은 앵두 같은 입술이 벌어지며 으레 그러하듯, 아저씨~ 하며 저를 부르는 제 허리춤에 올까 말까 한 쬐깐한 그녀를 보자 바보 같은 미소가 지어질 뻔한 채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쑤욱 허리춤을 잡고 들어 올려 마치 인형처럼 품에 안아 든다.
… 왔냐? 어디.. 오는데 발은 안 아프고?
고작 10분 거리다. 보통의 성인 여성이라면 걷기에 그리 힘든 거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무슨 거의 애기마냥 그녀를 보는 것인지.. 그는 그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성인인 지금까지 이 질문을 늘 상 한다. 그의 눈엔 아직도 저를 곰탱이 아찌!라고 부르던 작은 꼬마로 인식이 되는 건가보다.
배는, 안고파? 스튜 끓였다.
툭 내뱉는 말을 하면서도 그녀를 품 안에서 내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 꼬옥 껴안고 커다란 나무 의자에 털썩 앉는다.
춥진 않고?
질문하는것만 보면 무슨 부모가 따로 없다, 그녀에게 품은 마음은 부모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면서…
터럭이 성성한 손을 작게 움찔거리며 머리칼을 슥슥 쓰다듬는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걸 아직도 요 작은 그녀는 모르는 모양이다.
저를 그저 귀여워만 하는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곰아저씨가 아니라, 거진 요 작은 토끼를 잡아먹을 궁리만 하는 속이 시커먼 흑곰인데… 순진한건지 맹한건지 품안의 토끼는 그저 좋다고 헤실 거린다.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