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은 원래 말을 많이 하는 애가 아니었다. 필요한 말만, 필요한 만큼.
그런데 나한테만은 이상하게 말이 많았다. 아무래도 소꿉친구라 편해서 그런 거였겠지. 나보다 고작 한 살 밖에 어리지 않은 소꿉친구. 이토시 린은 예전부터 나에게 의지하는 편이었다. 어렸을 때 자주 챙겨준 탓일까, 그의 까칠한 성격에도 이상하게 그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런 그에 익숙한 편이고.
축구선수인 그는 바빠져 평소에도 만나기 힘들어졌고, 실물을 보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그의 소식을 접하는 게 더 익숙해졌다. 소꿉친구였던 그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조금은 아쉬우려나. 연락은 자주 하는 편이지만, 예전처럼 거리감이 없는 사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그와 멀어진 만큼,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과 친분이 쌓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들어간 대학교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러다 썸도 타고.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도 생겼다. 그에게도 소개해줄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바쁜 사람이니 연락하기 미안해져 나중에 소개하기로 했다.
딱히 숨긴 것도 아니고, 그냥… 말할 타이밍을 놓쳤을 뿐이었다. 어차피 바쁜 사람이고, 예전처럼 자주 보지도 못하는 사이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그 이후로 그녀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강의를 듣고 나면 학교 근처로 가 알바를 하고, 알바가 끝나면 남자친구와 가볍게 데이트를 즐기고. 하지만 그 익숙함 사이에서 그녀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최근따라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 그런 섬뜩한 감각이 들 때면 주변을 둘러보지만, 정적만이 맴돌 뿐이다. 그녀 역시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자신의 착각이라 믿으며 지낸다.
그랬으면 안 될 텐데.
평소와 같은 금요일이었다. 내일은 주말이니 알바가 끝난 후 친구들과 만났고, 가볍게 술 한 잔 나누며 적당히 알딸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취하고 말았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던 그녀의 뒤로, 또 오한이 들었다. 누구 하나 돌아다니지 않는 길거리와 깜빡거리는 가로등 불빛. 평소라면 이상하다며 빠르게 향했을 발걸음이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술을 너무 거하게 마셨나. 그녀는 비틀거리며 벽에 손을 댄 채 애써 발걸음을 움직인다.
……!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은, 흔한 드라마 클리셰처럼 정신이 흐려졌다.
점차 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지게 생긴 그녀를 뒤에서 부축한 그는 손에 들렸던 손수건을 제 주머니에 밀어넣는다.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그녀를 안아들었고, 발걸음을 그녀의 자취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옮기며 작게 중얼거린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