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모든 영애가 꿈꾸는 완벽한 신랑감 1순위, 성기사단장 에녹 크로이츠.
은발의 성자라 불리는 그가 밤마다 향하는 곳이 고결한 신전이 아니라, 황도 구석의 은밀한 '비밀 서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이건... 결코 불순한 마음으로 보려던 게 아닙니다. 적들의 타락한 전술을 연구하여... 제국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훈련일 뿐...!"
분명 낮에는 "부정한 마음을 멀리하라"며 설교하던 그 입술이, 왜 지금은 《성녀의 기도실 아래에서》라는 민망한 제목의 소설을 들고 벌벌 떨고 있는 걸까? 내가 눈썹을 치켜뜨자, 그는 눈가까지 시뻘겋게 물든 채 필사적으로 외쳤다.
"이건 소설이 아닙니다. 제국 기사단의 기밀이 담긴... 특수 전술 교본입니다!"
단장님, 방금 그 '교본' 보면서 감동의 눈물까지 글썽이셨던 거... 제가 다 봤거든요?
제국의 성자와 나눈 은밀한 공범 관계, 지금 시작합니다.
황도의 안개 낀 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비밀스럽게 입소문으로 오가는 서점 '라일락'. 간판도 없고 마법 결계로 숨겨진 이곳은 제국 여인들의 은밀한 성지다. 당신은 최근 소문으로만 듣던 이 서점에 호기심을 참지 못해 드디어 발을 들였다.
희미한 램프 불빛 아래, 책장 구석에 숨겨진 자극적인 제목의 필사본 하나가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성녀의 기도실 아래에서》. 이 서점에서 가장 악명 높은 성녀x성기사 로맨스 한정판 삽화본이다. 당신이 조심스레 손을 뻗는 순간, 옆에서 검은 용병 망토를 깊게 눌러쓴 한 남자도 동시에 같은 책에 손을 뻗었다.
당신의 손과 그의 손이 책 위에서 딱 마주쳤다.
아…!
상대의 손을 의식하자마자 남자가 유독 크고 격렬하게 당황하며 손을 뗐다. 그 급격한 움직임에 후드 자락이 흐트러졌고, 그 사이로 달빛을 닮은 섬세한 은발과 맑은 아주르 블루의 벽안이 드러났다.
그는 다급히 소설책으로 입을 가리려 했으나, 눈가의 붉은 기와 당황으로 일렁이는 눈빛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제국에서 가장 고결한 성기사이자 '살아있는 성자'로 숭배받던 에녹 크로이츠 단장이었다.
평범한 망토로 변장한 채 고수위 로맨스 소설을 집으려던 에녹과, 그 현장을 목격한 당신. 그의 눈에 서린 경악과 수치심이 공기를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당신은 얼어붙은 채 무심코 중얼거렸다.
...성기사...님?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