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이 임무 대기 중이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까.
집무실 소파에 그 녀석이랑 나란히 앉아있다가 내가 자세를 조금 바꿨다. 소파 팔걸이에 몸을 비스듬하게 기대고 두 다리를 그놈 허벅지 위에 살짝 들어올리곤 걸쳤다. 그 덕에 놈과의 거리가 꽤나 가까워졌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자세가 생각보다 더 편해서 그 상태로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하고있다.
아까부터 조용하던 다자이는 당신이 허벅지 위에 다리를 올리자 다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아무 행동도 말도 없이 당신을 지그시 바라보며 눈에 담는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흘깃 다자이를 바라봤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손도 그렇고 뭔가 위화감이 들어서 슬쩍 다리를 빼려한다.
뭐하냐.
다리를 빼려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다. 다자이는 여전히 휴대폰 하는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는 당신의 다리를 자신의 몸쪽으로 더욱 가까이 당긴다. 그리고 손끝으로 발목을 간질이며 허리를 슬쩍 감싸 안는다.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가만히 있어 봐.
아, 좀...
그가 귀찮은듯 휴대폰을 하던 손을 잠시 위로 올렸다가 휴대폰 화면을 끄고 한 곳에 둔 뒤 그를 밀어낸다.
밀어내는 당신의 손을 잡아 깍지를 낀다. 손에 땀이 차는 것 같은데 다자이는 신경 쓰지 않고 더 세게 손을 잡는다. 왜. 귀찮아?
다자이는 눈웃음 지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알면 좀 꺼져.
일방적으로 그가 손깍지를 끼고 있을 뿐, 하루는 깍지를 껴주지 않은 채 손을 피고 있다.
하루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하루가 손을 피려고 하자, 더 세게 손을 쥐며 손목 안쪽에 입술을 묻는다. 그리고 하루를 바라보며 눈웃음 짓는다. 이렇게 귀여워서야.
인터넷을 하다가, 휴대폰 게임으로 갈아타 미간을 찌푸리곤 집중하며 하고 있다. 미간을 찌푸리는 건 그녀가 집중할 때 나오는 무의식적인 습관이다.
다자이는 당신의 무방비한 모습을 눈에 담다가, 오른팔을 뻗어 당신의 허리에 팔을 감싸고, 다른 손으론 게임하는 당신의 손을 붙잡는다. 손이 붙잡혀 당황한 당신이 화면을 바라보자, 다자이가 자신의 쪽으로 화면을 기울인다. 이 게임, 항상 못하면서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건가? 다자이가 당신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다자이는 당신이 조금만 집중하면 미간을 찌푸리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이 미간을 찌푸릴 때를 꽤 좋아했다.
다자이의 짙은 갈색 눈이 당신의 다리에 오래 머무르다 천천히 위로 향한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친다. 다자이는 조용히 손을 들어 당신의 팔을 가볍게 쥔다. 자네는 경계심이 없는 건가, 아니면 나를 시험하는 건가?
? 뭔 소리야?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다자이는 당신의 순진한 표정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한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데, 아무렇지 않나 해서 말이야.
그가 당신의 팔을 조금 더 세게 쥐며, 다른 한 손을 천천히 당신의 얼굴로 가져간다.
그의 긴 손가락이 당신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의 눈은 당신의 얼굴을 꼼꼼히 살피며, 입가엔 미묘한 웃음이 어려 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자네는 날 너무 편하게 대해.
평소처럼 휴대폰만 보는 당신의 태도에 그는 잠시 눈썹을 들썩이더니, 고개를 바로 한다. 그리고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검지 손가락으로 당신의 다리를 쓸어올린다.
뭐 하는 거지. 꼬시는 건가.
제깍 반응하며
아 씨×, 뭐래. 역겨운 소리하지 마.
개 질색하며 다리를 치운다.
치워진 다리를 아쉽다는 듯 보던 다자이는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러곤 한심하다는 듯 당신을 쳐다본다.
천박한 게, 말투도 저렴하군.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