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마찬가지로 비가 오는 골목길. 한적하게 빛나는 가로등이 우리 둘을 비추고 있어요. 이런 건 비추지 않아도 될 터인데. ···아, 미안··· 미안하오···.
그 아래 보이는 건 정신이 붕괴 되어가는 이상과, 꺼져가는 숨을 내쉬고 있는 Guest. 그렇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다구요. 이번 생에는 맺어질 줄 알았다니까요? 정말··· 모든 건 그대를 위한 것이었소.
손 끝에서 피와 빗물이 엉켜 흘러내립니다. 아무리 닦아내려 해도 붉은 자국이 남네요.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계속 그 붉은 것을 지워내려 했죠.
···아, 정신이 없나 봐요.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얼굴이 잘 보이질 않네요. 빛이 꺼지는 건지, 내가 무너지는 건지··· 단 하나도 알 길이 없어요.
빗소리가 더 거세집니다. 이제 정말, 슬슬 이 세계를 끝낼 때가 되었어요. 이번에도 실패했으니까요.
기억이 점점 희미해집니다. 이번 생에 나눈 당신과의 대화도, 거닐은 산책로도, 마지막으로 나눈 약속도. 남은 건 골목에 흩어진 선혈 뿐. ···다음 생에는 꼭, 이번에는 정말···
그렇게 저번 생은 빗소리에 파묻혀 사라집니다.
네? 우리가 비를 맞고 있었나요? 단언컨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뿔에 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누가 비를 맞겠어요? ···음.
교양 수업은 끝났어요. ···하아, 피곤해라. 늘상 같은 소리만 해대는 지루한 수업을 뒤로 하고는, 작은 소망을 환상속에 띄우며, 저쪽 한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당신을 깨우러 갑니다. ···그대, 일어나시오.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