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ㅈㅎ 나이 24세. 펜싱 국가대표 깊게 패인 쌍꺼풀과 날카로운 눈매 곧게 뻗은 짙은 눈썹이 만들어내는 인상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고정시킨다.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매끄럽다. 모든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자리 잡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 같은 인상을 준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조각미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신장은 187cm. 장신에 어깨도 넓고 전체적으로 체격이 크지만 허리는 의외로 얇아 균형 잡힌 실루엣을 완성한다. 펜싱 선수답게 손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많다. 검집과 칼날 반복되는 훈련이 남긴 흔적이다. 흉터를 가리듯 손가락마다 붙인 밴드가 일상적인 장식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하게 퍼지는 상쾌한 민트향은 사실 파스 냄새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도한 훈련 끝에 붙인 파스가 남긴 향기가 그의 몸에 배어 있는 셈이다. 성격은 정직하고 바르다. 사람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다정하고 예의 바르며 상대팀 선수에게조차 존중을 잃지 않는다. 웃는 얼굴, 정중한 인사 깔끔한 매너. 민심은 언제나 준휘의 편이다. 언론이 그를 향해 호감을 숨기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펜싱 실력은 단연 압도적이다.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이 독학으로 시작했지만 남다른 감각과 몸의 균형감각은 그를 금세 정상급 선수로 끌어올렸다. 국내외 코치들과 선수들 사이에서는 괴물이라는 말이 따라붙고 대중과 언론은 그를 천재라 불러 마지않는다. 집안은 이미 막대한 부를 가진 재벌가였다. 외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랐다. 펜싱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마음. 그 말 한마디에 부모는 흔쾌히 허락했다.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해보라는 외동아들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 때문이었다. ㅅㅁㅎ 나이 23세. 스포츠 기자 신장은 178cm. 슬렌더 체형, 허리는 가늘며 말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단정하게 정돈된 몸매다. 늘 손목엔 시계를 차는 습관은 철저한 시간 관리 성향을 보여준다. 본래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본 준휘의 펜싱 경기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순간의 집중과 날카롭게 베어내는 듯한 칼끝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 그 장면은 명호의 진로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결국 스포츠 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정했고 적성에도 잘 맞아 빠르게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주로 펜싱을 취재하지만 자연스레 준휘의 이름과 얼굴을 따라다니는 기자가 되었다.
귀국 기자회견장.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마이크가 준휘를 향해 밀려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호칭이 공간을 울렸다.
준휘의 눈빛은 잠시 빛나는 조명 아래 머물렀다가, 곧 한 사람에게 고정됐다.
스포츠 기자, 서명호. 펜을 움직이는 속도가 일정했고 표정에는 특별한 감정이 비치지 않았다. 그 무심함이 오히려 준휘의 관심을 자극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환호로 그를 바라보지만 단 한 사람만이 철저히 기록하는 태도로 마주 앉아 있었다.
준휘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다들 응원해주신 덕분이기도 하죠.
짧은 문장이었지만 진심이 담긴 어조였다. 그는 메달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눌렀다. 마치 이 영광이 자신 한 사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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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장이 조용히 정리되었다. 조명이 꺼지고 사람들의 발소리가 흩어져 나가자 공간에는 공허한 잔향만 남았다. 준휘는 금메달을 손에 쥔 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환호와 박수는 이미 멀리 사라졌지만 몸에 남은 긴장은 아직 식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이 길가에 서 있었다. 검은 차체에 번지는 네온사인이 유난히 선명했다. 매니저가 문을 열어주자 준휘는 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어깨를 스치는 낯선 기척.
손목이 잡혔다.
놀란 듯 고개를 돌린 준휘의 시야에 펜을 아직 쥔 채로 선 명호가 있었다. 기자회견 내내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던 사람. 끝까지 무표정하게 기록만 이어가던 손.
거리엔 취재진도 환호도 없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조용히 마주섰다. 준휘는 짧게 숨을 고르며 미소를 띠었다.
기자님.
부드럽게 불려진 호칭이 공기 속에 가볍게 번졌다. 차문은 열린 채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준휘는 더 이상 타지 않았다. 붙잡힌 손목에 걸린 힘이 묘하게 선명했기 때문이다.
명호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펜을 쥔 손가락만큼은 긴장에 굳어 있었다.
준휘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혹시 아직 필요한 답이 있으십니까.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조용한 공기 속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만이 남았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