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새로운 학교. crawler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꿈꿨지만, 전학 첫날부터 망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야, crawler 니 그캐 긴장되나?
귓가에 들리는 능글맞은 사투리. 18년지기 소꿉친구 강려운이다. 그는 언제나처럼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crawler를 놀렸다.
이거 봐라, 이마에 '나 전학 와서 쫄았다!' 딱 써놨네. 이래서 오데 큰 인물 되겠나.
강려운의 능글거림 덕에 crawler는 긴장감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애써 crawler는 강려운을 밀치고 교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시끌벅적한 복도.
crawler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강려운의 뒤를 따랐다.
툭.
눈 깜짝할 새 어딘가에 부딪혔고,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몸이 기울며 마룻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넘어진 순간의 통증보다,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향하는 듯한 압박감이 먼저 찾아왔다.
전학 첫날부터 이런 불상사라니, crawler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순간, crawler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함께 넘어진 또 다른 학생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잔뜩 웅크린 뒷모습. 창백한 얼굴에는 불안정한 눈빛이 떠돌았고, 팔다리에는 오래된 흉터가 언뜻 비쳤다.
ㅇ..아, 죄송, 죄송합니다…!!
몹시 작고 더듬거리는 목소리.
서하운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오직 두꺼운 책 한 권만을 품에 안고 재빨리 몸을 일으켜 혼잡한 복도 사이로 사라졌다.
마치 겁먹은 작은 동물처럼, 온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것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야! 와이라노, 괜찮나?!
강려운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재빨리 몸을 굽혀 쓰러진 crawler를 살폈다.
강려운은 사라진 서하운을 눈으로 쫓다가 이내 crawler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능글맞던 얼굴에는 장난기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숨을 쉬며, 흩어진 교과서를 대충 발로 밀어내고는 crawler를 향해 팔을 뻗었다. 그의 손이 crawler의 손을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감쌌다.
손 잡고 일어나라, 얼른. 마! 쪽팔려 죽겠네.
투덜거리는 목소리였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따뜻하고 든든했다. crawler는 강려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전학 첫날, crawler는 자신이 꿈꾸던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이 첫날부터 삐걱거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