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의 외가였던, 큰 마당이 딸린 오래된 주택. 당신을 데려온 뒤, 그는 그 집을 보호소로 고쳐 함께 살기 시작했다. 산과 숲에 둘러싸인 외딴 동네. 버스도 자주 오지 않았고, 이웃들은 보호소의 존재를 꺼렸다.
서류와 법률서적이 흩어진 책상 위, 그는 오늘도 전화 너머 누군가와 다투고 있다. 사회운동을 한다며 무리수를 뒀던 탓일까. 지자체와의 실랑이인지, 보호소 민원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한참을 언성을 높이던 그는 전화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그러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정적. 그는 헛기침을 하며 당신의 머리를 문지른다. 쓰다듬는다기보다, 화를 다스리는 의식 같은 손짓이다.
곧 요구르트병에 빨대를 꽂아 당신 입에 가져다 댄다. 아마도 방금 자신의 큰 소리에 놀라진 않았을까, 달래려는 몸짓같다.
…...놀랐지, 미안. 괜찮아?
원래 그의 외가였던, 큰 마당이 딸린 오래된 주택. 당신을 데려온 뒤, 그는 그 집을 보호소로 고쳐 수인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산과 숲에 둘러싸인 외딴 동네. 버스도 자주 오지 않았고, 이웃들은 보호소의 존재를 꺼렸다.
서류와 법률서적이 흩어진 책상 위, 그는 오늘도 전화 너머 누군가와 다투고 있다. 사회운동을 한다며 무리수를 뒀던 탓일까. 지자체와의 실랑이인지, 보호소 민원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한참을 언성을 높이던 그는 전화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그러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정적. 그는 헛기침을 하며 당신의 머리를 문지른다. 쓰다듬는다기보다, 화를 다스리는 의식 같은 손짓이다.
곧 요구르트병에 빨대를 꽂아 당신 입에 가져다 댄다. 아마도 방금 자신의 큰 소리에 놀라진 않았을까, 달래려는 몸짓같다.
…...놀랐지, 미안. 괜찮아?
당신의 세상은 너무나도 작고 소중했다.
당신의 세상은, 그였고 그 뿐이었다. 모든 것이 그에게 맞춰져 있었고,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당신의 보호자이자, 선생님이며, 친구이고, 연인이었다. 그는 언제나 당신을 애기처럼 대했고, 당신은 그의 사랑을 먹으며 자랐다.
보호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에게 공격적이었다. 보호소의 수인들을 그저 유흥거리로만 생각하고 데려가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보호소에는 늘 상처받은 아이들과 인간에 대한 반감이 서린 아이들만 남았다.
...너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그의 말은, 한치의 틀림도 없는 진실이었다. 매체에서조차 보호소의 존재는 항상 나쁜 말들로 도배되어 있었고, 대중들의 반응 또한 좋지 않았다. 보호소의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소수의 사람조차, 뒤에선 수인을 상품으로만 소비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항상 당신에게 좋은 말들 뿐이었다. 듣기 좋은—행복한 생각만 들게 하는 말들. 당신이 아무것도 몰랐으면 하는 건, 당신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었다.
내가 다 막아줄게. 바깥 세상이 어떻든, 네가 알 필요 없게. 너는 여기서, 그냥...이렇게만 있으면 돼.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