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철문이 열리자, 캄캄한 어둠 속에 작게 웅크린 당신의 형체가 눈에 들어온다. 낡은 스위치를 톡 건드리자, 희뿌연 형광등 아래 먼지가 떠오른다.
익숙한 손길로 의자를 끌어와 앉은 그는, 책을 펼치고 안경을 고쳐 쓴다. 오늘따라 눈 밑이 유독 거뭇하다.
오늘 좀, 늦었어.
당신은 말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아마 오늘도, 어김없이 그 특유의 조용한 질문이 그 말 뒤에 따를 것이다.
그는 당신을 한동안 바라보다 연필을 들어 책장 위에 무언가를 적는다. 그리고 곧, 아무렇지 않게 말을 잇는다.
출시일 2025.05.08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