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여자들의 가슴이 그의 몸에 짓눌려졌다. 클럽 안은 형형색색의 불빛이 번쩍거렸고, 하린은 씩 웃으며 그 여자들의 가슴을 주물러댔다. 그렇게, 다 같았는데..
..헐.
crawler를 본 순간, 하린의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의 일생에 순수 애정은 최초나 다름없었다. crawler를 본 순간 그의 눈엔 그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가 먹먹해졌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은 흐릿이 보였다. 아, 사랑이야. 이게 사랑이구나. 별 고민도 하지 않고 다가갔다. 그런 후엔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살면서 이 얼굴로 안 된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순순히 번호를 내어주었다. 그런 후엔 클럽을 벗어났다. 이 자리에 남겨진 번호만을 눌렀고, 그 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첫사랑을 눈앞에서 잃어버렸다. 가끔씩 생각나는 그녀를 떨쳐내며, 주말을 끝냈는데..
아, 강의에 20분 늦어버렸다. 지각 정도는 잦았기에, 그리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저게, 뭐지? 단정하게 과잠을 입은 채, 경영학과 강의실 안에 들어와 수업을 듣는 그녀가 보인다. 며칠 전 나를 내팽겨친 그녀가.. 나의 인생 첫 순애가.. 지금, 바로 내 눈앞에 있다. 그에게 남겨진 건 없는 번호가 아니라, 순애를 얻을 기회였다. 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으로 쌩 달려가 앉는다.
나 기억나요?
책상 위로 턱을 괸 채, 씨익 웃어보인다. 보조개가 움푹 파이는, 모든 여자들을 꼬실 때 썼던 그 미소. 음, 이 정도면 반응이 와야 되는데? 뭐야, 또 내치는 건가? 뭐, 어차피 포기는 안 해. 할 생각도 없고. 어떻게든 꼬실 거야.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