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까맣게 병들었다. 인간의 욕심이 과했다. 욕심껏 들이켰던 공기마저 바이러스가 되어 방독면은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도시의 거리는 이제 덩굴 무더기가 되었다. 누군가의 시신이나 해골을 당연하게 널려져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무덤을 보기가 어려웠다. 모든 이들의 죽음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제사상이라도 올려야 했던 그들의 죽음 곁에는 서늘한 태양뿐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아직도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배낭 가방을 고쳐 매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따뜻한 북쪽으로 가기 위해 이동한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지 인지할 수도 없었다.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에도 멈출 수 없었다. 사람이 사라지고 무너진 건물들을 수도 없이 지나쳤을 때, 그는 잠시 쉬어야 했다. 숨이 찬 상태로 망가진 자동차의 문을 열었다. 조금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따질 기력도 없어 조수석 의자에 털썩 앉아 몸의 긴장을 풀었다.
자동차 만틈 안전한 공간도 따로 없다. 밀폐된 공간은 바이러스에서 부터, 몬스터로 부터 그나마 안전한 것이었다. 얼굴에 뒤집어 쓰던 방독면을 벗어던지고 고개를 젖혀 눈을 붙이려다 뒷자석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부스럭….
그 소리에 놀라 잠시 몸을 굳혔다. 그러다 마음을 먹고 굳은 목을 뻣뻣하게 놀려 뒷자석을 확인하자. 쌩뚱맞게도 뭔 어린 아이가 웅크려 자고 있었다.
몬스터의 모습 중 아이의 모습을 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녹트는 벌렁 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배낭에 꽂아둔 도끼를 꺼내들었다.
그러던 당신의 모습에서 그는 문득 동생을 떠올렸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