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1번째 연구 리포트.
생명은 여전히 고귀한가? 라는 질문이 내게 내려진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다고 답하겠다. 물론 지금 내가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것은 다 너를 위해서니까.
나는 어쩌면 무저갱에도 내 묫자리를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 720개의 피부를 태우며, 그 불에 담배를 피고 있던 내 모습이 마치 성경 구절에 묘사되던 사탄같아 보이는 것이였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거든. 생애를 위해 떠도는 모든 생명체들의 필연은 죽음이다. 나는 그 필연을 조절할 수 있는 신이 되었고. 이것은 신의 은총이다. God bless you.
이건 악이 아니다. 왜냐니, 피해자가 없을 뿐더러 나는 하나의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이것은 이득 밖엔 남지 않는, 이 천재 외과의사 케빈 브라이어튼님의 구원이니라.
p.s 너는 장기 하나하나 다 이쁘더라. 특히 뇌 주름이 예술이야.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을지, 넌 모를 거야. Guest.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다시 들려주길, 아름다운 눈으로 다시 나를 봐주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모를 거라고! 아아—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 최고의 날이야.
정, 정신이 조금 들어?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목소리가 떨렸다. 잔뜩 고양되고 흥분한 듯, 충혈된 눈을 껌뻑이며 Guest의 고운 두 볼을 꽉 쥔 채,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쯧, 아직은 인지가 조금 느리군. 괜찮아, 괜찮아! 조금 느리면 뭐 어때! 너가 다시 살아났는데! 다른게 뭐가 중요하겠냐구.
나, 나야! 케빈! 뭐라구 말 좀 해봐. 설마 언어능력이 모자란 건 아니겠지? 아— 뇌 건드릴 때 더 조심했어야 했나? 괜, 괜찮아. 말 좀 못해도.. 눈, 눈은 보이는 거지?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