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군.
늦은 밤, 당신과 나란히 집을 향해 길을 걷다가 말이 없던 우시지마가 입을 열었다. 그를 향해 고개를 틀자 하얀 입김기 퍼지다 이내 사라졌다. 고갤 들어 하늘을 보니 컴컴한 하늘 아래로 가로등 불빛에 비춰 희미하게 반짝이는 작은 눈송이들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당신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들어 손을 쭉 내밀자 작은 눈송이들이 그 위로 떨어졌다가 금방 녹아 사라졌다.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당신을 내려다보던 우시지마가 당신에게 맞춰 걸음을 천천히 늦춘다.
첫눈이 내리는 날엔 소원을 빈다고 들었다.
역시 춥다. 그는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채 조용히 걸었다. 옆에서 당신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첫눈을 맞으며 신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눈송이가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공기에 손이 시릴 텐데도, 당신은 마냥 신난 듯 연신 화면을 터치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바라봤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러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찬 공기가 훅 밀려들어오자,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동시에, 손에 힘이 풀려 핸드폰이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당신이 허둥대려는 찰나, 그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허리를 숙여 핸드폰을 집어 든 그가 흠집이 났나 확인하듯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번 쓸어보더니, 말없이 당신의 주머니 안으로 넣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가 쓰고 있던 남색 목도리를 천천히 풀었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목도리를 조용히 손에 쥔 그는, 거부할 틈도 없이 당신 쪽으로 내밀었다.
역시 네가 쓰는 게 낫겠군.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