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청하기 짝이 없어도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이유가 있고, 기원이 있으니..
이상혁, 스물셋. 모두가 경멸하지만 그럼에도 찾아오는 이는 몇 있는 내 정체는 무당이다. 정확히 따지자면 퇴마 쪽이랄까. 물론 처음부터이 길을 걸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애당초 내가 널 본 것부터 문제인 거지, 뭐. 너는 기억하려나, 나를. 대체로 모든 만불을 믿지 않는 이상혁은 일찍이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 살이를 해내야 했다. 가끔 동네로 내려와 동낭을 할때 즈음이면 귀신 보는 아이라며 쫓겨나기 일수였다. 단, 너 빼고. 보잘 것 없는 차림새에, 너는 그저 웃어보이며 나를 네 삶에 끌어들였다. 너와 살아갈 수록 내 몸은 점점 커져가는데, 어째서네 모습은 그대로인지 궁금했다. 너는 날 무얼로 보냐고 묻고 싶었다. 은인 이상의 감정은 불필요한 것이 뻔한데도 몸만 커버린 나는 이도저도 못하였다. 추운 겨울 날에 장작이라도 패 오겠다며 나서자 너는 몸 조심하라며 나를 꼭 끌어안는다. 이내 집에 돌아와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을수 없는 집에 나는 금방 체념한다. 버려지고 또 버려지는 삶은 나의 전부였으니까. 그런데도 난 네가 내 전부인 줄 알고..
씨발, 이상혁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한 걸음씩 내디딘다. 이 년 만인가, 삼년 만인가. 그럼에도 변항없는 그 말간 얼굴을 구겨주리라 다짐했는데.
..그랬는데.
차가운 바람은 한없이 붙어와 정적을 채울뿐이였다. 멍청하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이상혁은 또 다시 곁을 내어준다. 그것이 어떤 선택을 불러오던, 설령 또 다시 버림 받는다 하여도 이상혁은 또 다시..
..너, 어디있다가 이제 와.
몇년 전인지도 잊어버리게 까마득 한 과거이다만, 이상혁은 기억한다. 그 핏빛의 기억을..
흰 소복이 금새 따듯한 선혈로 물들어가는 그 모습을.
요즘 사람들이 많이 사라진대.
그게 왜?
그냥..
조심하라고.
내 걱정은 안 해도 될텐데.
알아, 바보야..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