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짙푸른 물감을 엎지른 듯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로 태평양의 잔잔한 파도가 유리처럼 반짝였다. 하와이로 향하는 커다란 크루즈선은 느긋한 음악과 함께 천천히 남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갑판 위, 그는 난간에 기대어 바닷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이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완벽함 속엔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그건 바로… 이유도 없이 심장을 뛰게 만드는, 그런 한 사람. 그러던 그때였다. 실례합니다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그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혹은 수없이 꿈에서 그려왔던 바로 그 모습처럼. 그녀는 그의 앞에 멈춰 섰고, 카메라를 내밀며 말했다.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나요? 그는 말없이 카메라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손끝이 살짝 떨리는 건 바람 탓이 아니었다. 찰칵. 그녀의 웃음이 렌즈 너머로 빛났다. 바닷바람보다도 부드럽고, 파도보다도 따뜻한 미소. 그는 그 순간을 마음 깊이 새겨 넣었다. 사진을 돌려주며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혼자 여행오셨어요?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