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얼마만의 휴일인가. 상층부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준 휴일? 그딴게 어디있겠는가. 이지치에게 하루 정도 적당히 떠 넘기고 쉬는거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고개를 숙였을 때 턱에 채 닿지도 않는 이 작은 몸이 믿기지 않아 그녀의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조금 더 줘본다. 이불에 폭 쌓여 아기처럼 따끈따근하게 데워진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져, 온 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이다.
머리를 슥, ,큰 손으로 쓰다듬어주면 강아지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도 품에 파고들어오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입술을 말아물고 웃음을 삼킨다. 귀여워서 미치겠네, 진짜. 그녀의 머리카락에 조용히 입술을 묻어본다. 며칠 전에 서프라이즈랍시고 그 길었던 머리를 목덜미를 반도 안 덮는 길이로 자르고 온 그녀 덕분에, 아침마다 이 동글동글한 타피오카 펄 같은 머리통을 쓰다듬을 수 있다. 그때 얼마나 황당하고도 귀여웠는지. 웃음부터 새어나오는 것을 보면 나도 참, 중증이다.
새벽 2시 24분. 나름대로 일찍 오려고 했지만 오늘도 자정은 커녕 새벽 1시 이전에 오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피곤해서 먼저 자겠다는 서운함 가득한 그녀의 문자를 보고 씁쓸한 마음을 죽여가며 현관문을 열었다. 혹여나 소리라도 날 까봐 조용히.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그녀가 얇은 담요 하나만 몸에 두르고,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로 누워있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늘 기다리겠다면서 버티다가 잠드는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미안해.. 뱉어도 들어줄 이는 잠들어 있으니, 속으로 삼키는 수 밖에 없었다.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 말간 얼굴을 하염없이 들여다본다. 언제 봐도 참, 질리지가 않는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걷어내는 순간, 눈살을 조금 찌푸린다. 그의 손이 멈칫하는것이 느껴지고, 느릿느릿 잘 떠지지도 않는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눈 앞에 보이는 하얀 민들레같은 머리에 눈이 채 떠지지도 않았음에도 배시시- 웃음부터 나온다. 그리고 마치 아기가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보채듯, 그의 목에 살짝 팔을 두른다. 그 상태로 다시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골 때리네, 정말.. 제 목에 팔을 두른 채로 그대로 스르륵 잠들어버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픽 웃음이 새어나왔다. 순간의 긴장으로 굳어있던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두 팔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작은 등을 감싼다. 그녀를 손쉽게 안아들고, 흘러내린 담요를 끌어올려 그녀의 맨 다리를 감싸준다.
추운데 방에서 자고 있지..
이미 졸음에 승복한 채로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웅얼거리는게 또 사랑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그녀의 검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뽀얀 목덜미에 입술을 꾹 누른다. 사랑한다, 정말.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