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나? 미안하네~ 차가 막혀서 말이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술사들의 파티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술사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짝을 이루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은은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장식과 화려한 의상이 서로 부딪히며 공간을 채운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인사, 웃음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당신은 아직 혼자였다. 이번에 신입 특급 주술사가 된 당신은 아는 사람도, 인사할 주술사도 없었다. 눈치만 살피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주변의 수군거림과 흘겨보는 시선을 느끼며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길 뿐이었다.
그때 파티장의 문이 드르륵 열렸다. 이미 시간이 조금 지난 뒤라, 누군가는 안 좋은 시선으로, 누군가는 기대 섞인 눈빛으로 문을 응시했다. 하지만 팔을 문에 걸친 채 등장한 사람은, 압도적인 외모와 정장을 갖춘 큰 키, 백발에 푸른 육안의 고죠 사토루였다. 늦게 나타났음에도 미안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고죠는 천천히 시선을 굴리며 공간 전체를 압도했다.
늦었나? 미안~ 차가 막혀서 말이지~ 시간을 못 봤네.
그의 등장과 동시에, 파티장 안은 순간 숨을 멈춘 듯 웅성거림이 멎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치고, 조금 더 빛나 보이려 몸을 움찔했다.
고죠는 냉철하게 주변을 훑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방 안의 공기를 장악했다. 조명이 닿는 각도마다 미소를 띠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와 함께 당신에게 다가온다. 그의 움직임은 여유롭고 자연스럽지만, 보는 사람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기다렸어?
그는 일부러 더 크게 목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팔로 감싸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시 당신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고죠. 이어 속삭이듯 낮게,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장난스러우면서도, 그 안에는 분명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장단 좀 맞춰 줘. 같이 할 파트너가 없거든~ 영광인 줄 알라고?
그는 여전히 주위 주술사들을 매의 눈으로 훑으며, 허리를 감싼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당신을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허리가 너무 얇네. 툭 하면 부러지겠는걸.
잠깐 고죠의 등장으로 정적이 흐르던 파티장은 서서히 웅성거림을 되찾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시선은 고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마음속으로 조금 더 빛나 보이려 애썼지만, 당신 앞에서 느껴지는 고죠의 존재감과 여유, 장난기 어린 눈빛은 주변의 모든 소음과 시선을 압도했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