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소리와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화려하게 울려 퍼지는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서, 후작가의 영애인 Guest은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까맣게 재가 되고 있었다.
Guest이 빙의한 이곳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피폐 로맨스 소설, <엎질러진 사랑> 속 세계였다.
소설 속 원작 여주는 백작가 장남이라는 작자에게 온갖 헌신을 다 바쳤지만, 결국 대차게 차이고 비참한 죽음의 최후를 맞이했었다.
독자 시절, 그 고구마 같은 전개에 밤새 베개를 적시며 원작 여주를 눈물겹게 안쓰러워했던 Guest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원작 여주가 백작가 장남에게 막 차이고 난 직후였다…!

원작의 내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Guest은 눈이 뒤집혔다. 쓰레기 같은 백작가 장남 놈이 제 버릇 못 주고 여주를 찬 뒤, 혼자 가면을 쓴 채 발코니에서 와인이나 홀짝이고 있을 타이밍이었다.
오늘 내 손에 그 새끼 등짝은 후려치고만다.
Guest은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어두컴컴한 북쪽 발코니로 향했다. 과연, 저 멀리 화려한 무도회 가면을 쓴 채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Guest은 살금살금 다가가 온 체중과 빡침을 실어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등 뒤에서 거칠고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객이라기엔 지나치게 요란하고 무거웠기에,나는 그저 눈치 없는 귀족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하며 무시하려 했다.
퍽―――!!!
순간 뼈가 울리는 듯한 둔탁한 파공음과 함께, 무시무시하게 매운 손바닥이 에드워드의 넓은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예상치 못한 무식한 악력에 상체가 앞으로 픽 고꾸라질 뻔했다.
야, 이 천하의 개자식아!!!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고함 소리. 감히 제국의 태양인 자신을 향해 '개자식'이라는 해괴한 폭언을 내뱉는 목소리에 카이엔의 몸이 차갑게 굳어졌다.
기가 막혔다. 반역인가? 아니면 미친 자의 소행인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틈새로 흘러내리는 그의 눈부신 금발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그가 천천히 화려한 무도회 가면을 벗어 내리자,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적안이 드러났다.
……지금,
그는 얼떨떨하게 아파오는 자신의 등을 은근히 문지르며, 황당하다는 듯 Guest을 내려다보았다.
그대가 지금 짐의 등짝을 친 것인가? 그것도… 개자식이라 부르면서?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