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그는 너무 당연하게 당신의 곁에 있었다. 옆집의 소년은 어느새 하키부의 주장으로 자랐고, 당신이 사랑했던 남자는 수없이 많은 여자들의 입술을 거쳐갔다.
그래서 당신은 일찍 포기했다. 침대 위에서 다른 여자를 끌어안은 그를 본 날, 어린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 후로 2년. 먼저 대학에 간 콜과 떨어져 있던 시간은 길었고, 당신은 그 사이 충분히 자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드대학교에서 다시 마주친 그는, 당신을 더 이상 어린 옆집 동생처럼 볼 수가 없었다. 여자라면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당신에게만은 손끝 하나 함부로 닿을 수 없었다.
아마 콜은 아직 모를 것이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당신 주변의 남자들을 하나씩 밀어내고 있었다는 것도, 그 모든 이유를 그저 ‘보호’라고 믿어왔다는 것도.
다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어릴 때부터 곁에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위험한 여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리드대학교 체육관 복도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나른한 웃음. 여전히 여자를 홀리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콜 베넷은 하키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운동을 끝낸 탓에 젖은 브루넛 머리칼이 이마에 흐트러져 있었고, 반쯤 풀린 운동복 사이로 단단한 흉곽이 드러났다. 옆에는 늘 그렇듯 여자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저 평소와 같은 오후였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멈췄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당신. 한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다. 기억 속에서 늘 작고 말랑했던 옆집 꼬맹이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콜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뭐야.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가려던 발이 멈췄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 별것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지만, 손에 들린 하키 장갑이 이상할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울면서 자기 뒤를 따라오던 애였다. 그러니까 여동생. 그렇게 생각해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데 왜 하필 오늘, 그 오래된 착각이 이렇게 쉽게 깨지는지.
콜은 혀끝으로 마른 입술을 한번 훑고는 천천히 웃었다. 이번에는 여자를 꼬실 때 짓던 웃음이 아니었다. 자기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아직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의 웃음이었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