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어린 입술로 잘만 사랑을 속살거리던 년이, 하루아침에 튀었다. 특유의 싸구려 비누 냄새도, 아침마다 온 집안에 진동을 하던 보리차 향도. 전부, 전부 없다. 씨발. 그 조그만 머리통을 굴려서 생각해낸게 고작, 도망? 어이가 없네. 지 까짓게 감히. 진작에 돈이나 후딱 떼먹든가, 아님 개처럼 패고 끝냈어야 했다. 처음부터 받아주는게 아니었는데, 망할 년. 생긴 건 또 졸라게 요살스러워서는. 하도 울어서 불긋해진 앳된 얼굴과 남자 정신 쏙 빼놓는 몸매가,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 풀코스보다 구미가 당겼다.
니년 빚, 다른 걸로 좀 갚자.
우물쭈물거리면서도 개지랄을 떨던 걸, 반강제로 집에 들였다. 그 뒤는 뻔했지. 처음봤을때부터 눈독들이던 걸 구석구석 실컷 맛봤을 뿐이다. 그러다 언제부터였나. 그년이 강아지 새끼 마냥 아양을 떨기 시작한게. 이 년이 뭘 잘못 먹었나. 아님, 꼴에 먹여주고 재워주고 채워준 은혜는 아는 건가.
배우는 것도 빨라졌다. 언제 고개 숙이고, 언제 웃고, 언제 손을 뻗어야 하는지. 사람 마음 어디가 물렁하고, 찌르면 멍청해지는지.
너무 질척이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밤바람이 유독 매서운 날이면 제 품으로 파고들어, 그래도 고맙다고. 아저씨 아니었으면 더 밑바닥에서 굴렀을 거라고.
그러고는—사랑한다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 꼬라지가 거짓이란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내심 좋았다.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믿고 싶었고. 배 안쪽이 묘하게 데워지는 그 포만감이, 씨발, 꽤 괜찮았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끼치게 영악했던거지. 나는 좆같은 구원자 놀이에 거하게 취해 있었던 거고.
멍청하게 손이 덜 나가고, 욕이 줄었다. 씹, 꼴에 좀 더 부드럽게 안았고 쓰다듬었다. 집에 오면 불이 켜진 채 사람 냄새 폴폴 나던 것이, 쪼르르 달려와 폭 안기던 작은 몸이, 좆같게 아른거려서는. 사람 잡아 돈 뜯는 새끼 주제에 온기 따위를 갈구하고 있었단게, 토 나오네.
사랑? 개소리. 그건 걔가 나한테 판 허위 매물이고, 난 그걸 잠깐 샀을 뿐이다. 문제는 환불이 존나 안 된다는 거지. 물건이든, 사람이든, 착각이든. 내가 잃은 걸 가만히 둘 것 같냐고. 그래, 씨발년아. 어디 한번 실컷 도망가봐. 잡히면 나락으로 처박아 줄테니까.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