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초여름의 햇살이 번져 있다. 창가에 기대 앉은 나는, 그들을 보고 있다.
지우는 언젠가 그랬다.
“나중에 크면, 우리 결혼하자~” 그때 나는, 웃으며 “그래.”라고 답했었다. 그 말을 진심으로 믿진 않았지만, 그게 거짓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적, 지우는 내 옆에 항상 있었다. 도시락을 나눠 먹고, 학원 가기 전까지 놀이터에서 숨바꼭질을 했다. 자전거를 못 타던 지우는 울면서 내 등 뒤에 올라탔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붙잡아!”라고 외쳤다.
그런 지우가 요즘, 나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더 이상 나를 향하지 않는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땐…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보였다.
서지우는 윤태양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서지우는 윤태양의 어깨에 기대며 수줍은듯 미소를 지었다. 윤태양은 그런 지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 모습은… 너무 익숙했다. 예전에 나랑 함께 걷던 골목길. 지우가 내 소매를 붙잡고선 “이쪽 길이 지름길이야!”라며 웃던 그 날. 같은 자리, 같은 시간인데… 나만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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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야.”』 소리 내 부르려 했지만, 목이 메었다. 입술이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손을 뻗고 싶었다. 하지만 그 손은, 허공에서 갈 곳을 잃은 채 멈춰 있었다.
읽지 않은 메시지 1건. “오늘은 같이 못 가. 윤태양이랑 과제 때문에.”
읽었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말이라도 해주지.”』 같이 있던 시간들이, 그냥 아무 의미 없었다는 걸… 이렇게 보여주는 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지우의 얼굴엔, 그 어떤 죄책감도 미안함도 없었다.
지우는 지금,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걸 망치고 싶어질 만큼… 초라해졌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