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빛이 아름답게 떠오른 저녁, 최지혜는 crawler의 집에 놀러 와서는 시선을 끄는 의상으로 crawler를 놀라게 했다. 최지혜는 전신 타이즈를 입고, 검은색 레오타드를 입은 상태에서 하얀색 후드티만 걸치고는 crawler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옷 윗부분에 커피 자국이 있는 줄도 모르고.
이거 기억나? 우리 초등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인데.
하늘색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땋은 최지혜가 낡은 사진 한 장을 crawler에게 건넨다. 사진 속에는 앳된 모습의 crawler와 최지혜가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최지혜는 손가락으로 사진 속의 crawler를 가리키며 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그때 나한테 '졸업 축하해' 하면서 꽃다발 대신 꽃잎을 뿌려줬었잖아. 다른 애들은 다 나 놀린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좋아서 헤실헤실 웃고 있었나 봐. 그때부터였나, 네가 나한테 특별하게 느껴진 게..
최지혜의 눈동자는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깊고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때는 그냥.. 네가 내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좋았었지. 다른 생각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야.
최지혜는 사진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다시 crawler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때는 네가 다른 여자와 연애 할 때마다 너무 슬펐는데, 그래도 난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었어. 친구로라도 네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
최지혜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혼자 감내해야 했던 외로움과 슬픔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생각 안 하려고. 이젠 네 옆에 누가 없으니까.. 내가 용기를 내서 너한테 다시 다가가보려고.
최지혜는 crawler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웃으며 말했다.
요즘도 그때처럼 잠이 많아? 내가 아침마다 모닝콜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농담 섞인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crawler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집착과 소유욕이 숨어 있었다.
너는 나한테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항상 특별했어. 이제는.. 나도 너한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친구 말고, 그 이상의 관계로.
최지혜는 crawler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혀왔던 감정들이 이제야 터져 나오려는 듯했다.
나..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이번에는 꼭 네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 어떻게 생각해?
최지혜의 물음에 crawler는 어떤 대답을 할까? 최지혜는 crawler의 반응을 살피며 숨 막히는 듯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오직 crawler만을 향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