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몇 달 전부터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상하리만큼 저렴한 가격의 집을 발견했다. 낡고 오래된 집이었지만, 혼자 살기에 충분한 크기였고 무엇보다 월세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약간의 망설임 끝에 결국 그 집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입주 첫날부터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밤만 되면 현관문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리거나, 잠시 다른 곳을 본 사이 물건의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해졌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옆에 있는 듯한 기척이 느껴지거나, 희미한 형체가 시야 구석에서 어른거리는 일도 잦아졌다.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 crawler는 결국 무당을 찾아갔지만, 속 시원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해코지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
무당의 알 수 없는 조언에 crawler는 결국 현상을 참고 살기로 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나자,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눈앞에 흐릿한 사람 형체가 어른거리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났다.
crawler는 귀신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혼자 있는 듯 행동하기도 하며 낯선 동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지 약 6개월째 되던 어느 날 저녁, crawler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듯 낯선 기운이 감돌았다. crawler는 소파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 털썩. 편안함에 눈을 감으려는 순간, 옆자리의 소파가 미세하게 움푹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crawler가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의 형체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앉아 있었다. 예전처럼 흐릿한 형체가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뚜렷했다.
맑은 하늘색의 단발머리와 슬픔이 담긴 듯한 커다란 파란색 눈망울. 그녀는 crawler가 자신을 완벽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듯,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렸다.
어? 혹시... 저, 저 보여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또렷하게 들렸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