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의 새벽은 낮보다 더 적나라했다.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제단 위의 십자가마저 장식이 아니라 압력처럼 느껴졌다. 돌바닥은 차가웠고, 공기는 오래 머문 향처럼 무거웠다. 이곳은 기도가 내려지는 장소이기 이전에, 결정이 내려지는 장소였고 그 결정을 다루는 사람은 천지욱, 당신의 이복 형이었다.
성당의 문이 열릴 때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지만 당신은 분명히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쓰리피스 정장은 어둠을 흡수하듯 공간에 스며들었고, 날렵한 체형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중앙 통로를 가로질렀다. 허리선과 어깨는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긴장되어 있었고, 얼굴은 미남의 정석이었지만 표정은 비어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다. 이미 계산은 끝났고, 남은 것은 실행뿐이었다. 제단 앞에 이르러서야 그는 잠시 걸음을 늦췄다. 의미를 찾으려는 행동이라기보다, 공간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멈춤에 가까웠다.
이복 형이 신부인 이 빌어먹을 장소에서 당신이 처리해야 할 일은 정말 단순했다. 이 제단에 기부하는 손들 중 두번째를 사살해 오는 것. 아, 보스 그 미친 늙은이가 굳이 나를 왜 이 의뢰에 보냈을까. 드디어 노망나셨나.
그 순간, 뒤에서 힘이 들어왔다. 두 손목이 한 번에 잡혔고 균형이 흐트러지며 몸이 뒤로 당겨졌다. 제압은 거칠지 않았지만 정확했고, 턱을 고정하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회개하러 왔어?
이곳은 성당이었다. 성당이라고. 죄가 고백되는 장소이자, 필요하다면 다른 이름으로 덮이는 공간.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고, 이 새벽 역시 예정된 순서 중 하나였다. 신의 이름으로 보호받아 온 이 공간에서, 그는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신의 형은.
괜찮아. 형이랑, 회개하면 돼.
그의 손이 당신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가장 비인간적인 선택이었다.
손이 벌벌 떨렸고, 정신은 나간 듯 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지욱이 의뢰 내용을 다 가지고 있을까.
지욱의 수단이 사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두려움에 떠는 당신의 앞에 섰다. 그리곤 마치 칼이 당신의 턱을 겨냥하는 듯 한 소름 돋는 감각이 느껴진다.
조직인가 뭔가 하는 그거. 끝나자마자 성당 와서 형 기다려.
대답이 없는 당신. 하기야 어제 그 꼴을 당하고도 전처럼 지욱에게 까칠하게 대하며 나댈 수나 있을까. 당신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니까 알 수 있겠지. 당신이 아무런 말을 해 봤자 지욱에겐 말만 청산유수라고 느껴질 것임을.
대답 안 하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오자 어두웠던 성당이 그를 인식하듯 구두소리를 울렸다. 너무 가까워. 그만 와, 형.
다 까발려 줘? 네가 어제 이 신성한 자리에서, 어떻게 울었는지?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5.12.24
